바람의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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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an beethove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18-06-16 08:57본문
바람의 등대
화염에 그슬린 상점의 얼굴인 내 간판을 내렸다.
내가 거래하던 그 많은 상품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새가 되어 한바탕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헛돌다
서북쪽으로 날아갔다.
오후의 햇살이 텅 빈 공간으로 들어와 고독을 즐기다 간다.
한 무리의 나뭇잎 그림자가 들어와 은파로 반짝이다 간다.
사방 벽면이 수직으로 선 파란 호수가 되어
이제야 제 모습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로 일렁인다.
모든 거울은 치워졌다.
비춰볼 간판도 없으니
텅 빈 공간 속으로 겨우 비집고 들어온
작은 우주 하나가 잉태되고
점점 자라 내 상점을 집어삼킨다.
바람이 불어오고 또 가고
사이사이 절대고독이 수평선처럼 아스라하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바람의 등대 하나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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