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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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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van beethove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0회 작성일 18-06-16 08:57

본문

바람의 등대

화염에 그슬린 상점의 얼굴인 내 간판을 내렸다.

내가 거래하던 그 많은 상품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새가 되어 한바탕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헛돌다

서북쪽으로 날아갔다.

 

오후의 햇살이 텅 빈 공간으로 들어와 고독을 즐기다 간다.

한 무리의 나뭇잎 그림자가 들어와 은파로 반짝이다 간다.

 

사방 벽면이 수직으로 선 파란 호수가 되어

이제야 제 모습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로 일렁인다.

 

모든 거울은 치워졌다.

비춰볼 간판도 없으니

 

텅 빈 공간 속으로 겨우 비집고 들어온

작은 우주 하나가 잉태되고

점점 자라 내 상점을 집어삼킨다.

 

바람이 불어오고 또 가고

사이사이 절대고독이 수평선처럼 아스라하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바람의 등대 하나가 서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6-19 15:57:23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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