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습격
페이지 정보
작성자 주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6회 작성일 18-07-05 21:42본문
쥐의 습격
고양이는 쥐를 잡아와 머리만 먹었다
꼬리만 남긴 채 붉게 넘어가는 노을사이로
엄마의 피곤한 실루엣이 일렁였다
한사코 머리맡에 가져다 놓던 쥐의 몸통을
엄마는 늘 변소에 버렸다
누나가 먼저 잘 때는 참고 참다가
귓불을 데우는 대남방송을 들으며 굴뚝 옆에다
볼일을 봤다
고양이처럼 묻고 또 흙으로 귀를 덮었다
붉은 마중물이 꽃 이불을 적시는 밤이면
이 잡듯 누나를 잡던 어머니와
쥐 잡듯 나를 잡던 누나의 슬픈 눈빛을 천장에 걸고
허기진 쥐들의 발자국 소리로 배를 채웠다
오늘메뉴는
단백 한 쥐들의 진군 소리와
아직 퇴근하지 못한 엄마의 젖 냄새,
젖이 모자란 고양이울음소리가
골목골목을 지나 갑곳리 장동
방직공장 담벼락에 위에서 꼬르륵 꼬르륵거리면
꿈속에서 조차 엄마의 야근을 따라나서고
고양이를 키운 쥐들과
한 포대의 삐라로 배를 채운 어린 별들이
쿨럭 쿨럭 겨울을 비행했다
천장이 얼굴을 켠다
쥐들이 별처럼 요란한 새벽 끝자락
해오름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쥐들의 이빨 같이
나도 빨리 자랐으면, 꿈을 꾼다
댓글목록
소드님의 댓글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천장이 얼굴을 켠다---참 멋찐 표현이군요
잘 감상하다 감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