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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1회 작성일 15-12-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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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절벽이다.
떨어지는 것이
마치 하늘인 듯하고
바다다.
땅을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었던 안위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꿈에서 깨어
집으로 돌아올 때의 향수와
이별을 하고
홀로 남았을 때의 애증이
도시의 가로등 불빛을 피해 그늘을 밟는
고양이가 된다.
그럴 때마다 다가오는 파스텔 색조의 느낌,
앙고라 스웨터나
카스미롱 밍크 담요 같은 부드러움은
어둠이 번진 으슥한 골목길에서
어느 집 창문에 켜진 등불을 만날 때다.
솜을 타게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 놓았지만
풀 먹인 무명 이불 홑청을
한 땀 한 땀 기우시던 바늘구멍에
별이 뜨는 것이었다.
늘 돌아가고 싶은 집이 있었다면
언제나 바람막이 같은 어머니가 계셨다.
아들은 '아버지 식사 하셨어요?' 하고
물어보지만
안방 문이 열리고
접시에 들려 들어온 노모의 주름진 손엔
잘 익은 대봉 하나에 케이크가 한 조각 들렸다.
사랑은 관심이다.
아니 실천이다.
나는 어쩌면 먼 여행에서
한 번도 집을 떠난 적이 없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11 09:46:2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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