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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1] 그의 삶은 抽象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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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8회 작성일 15-12-05 22:05

본문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떠오른다.


그는 양복을 차려입고

시커먼 기둥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광념(狂念)의 늪으로 향한다.

그 늪 속에서

백내장에 걸린 눈으로

하루 종일 추상화를 구상하고

위장이 퇴근시간을 알리면

그제야 늪에서 빠져 나온다.



전철 속

붉게 뜬 달 아래서

진공의 필라멘트가 옷을 벗고 있는데

그는

누렇게 이글대는 태양빛이 따가워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다리를 꼬고 앉아서

생각한다.

마무리 짓지 못한 추상화에 대해,



기타 등등은 버리고 보통 명사도 버리고

고유명사도 버리고 추상명사만 생각한다.

그가 사는 이 세상은

구상(構想)이 아닌 철저한 추상(抽象)이다.

문득,

정거장에서 내리는 검은 새때를 본다.

도시가 뿌려대는 처연한 냄새 안에

술에 취하여 삶을 살고

꿈속에서 삶을 끝내는

야광의 인류들을,

물결치는 가슴의 숲에서

기절로 보호색을 덧댄

검은 새들의 넋두리가

빨간 색의 픽셀로 집결되는 것을,



그는

저녁을 먹고

내일 또 이글거릴 태양을 피하려

선글라스를 조심스레 닦고 있는데

그의 아내가 그에게 신경안정제를 먹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13 14:58:5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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