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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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43회 작성일 18-07-29 00:04본문
한 번에 내리는 눈 / 배월선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꼭두새벽부터 눈길을 걸어 나간 적이 있다
어디에도 간직할 건 없는 것일까?
단숨에 써내려가는 것처럼 눈은 내리고, 내리고,
시퍼런 눈길을 걸어 나가
발자국 남기는 것에 목숨 하나 거는 일
사람들은 저마다의 대지에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치우고, 지울 것이다
가슴에 내리는 눈은 어떻게든 쓸어내리기 서늘한 법인데
눈은 너무 쉽게 내린다
다시 일기를 쓴다 해도, 마음에 들기는 쉽지 않다
어느날엔가, 또 눈은 한 번에 내릴 것이다
지상은 질척거리고 바람은 냉기를 몰고 와서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간다
미끄러질 듯 미끄러질 듯
눈이 온 뒤론 한 며칠 속이 문드러진다
밤사이 내리는 눈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 덮어놓고 덮으려했는가
모든 이룬 것들은 허상의 발자국
하얗게 덮고 덮는 사이
눈이 그친다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 그치면 곤란해요.
이렇게 더운데 그치지 말고 계속 눈 내리게 쓰면 안 될까요?
플리이즈 배월선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가슴 설레이는 마음으로 감상합나다.
시인님 시를 감상하다보면 꼭 내가 10대로 돌아간 느낌 입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만났으면 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배월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