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4) 삼동(三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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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5회 작성일 15-12-09 14:28본문
(이미지 4) 삼동(三冬)
짧은 겨울해를 황망히 끌고 가는 강물에 폐허 된
산 그림자를 수장하는 하루의 빈 바랑이 깃발로
펄럭이면 갈대밭에 두견새가 슬피 울겠네
잔뼈들이 굵은 나의 고향은 유년의 고향이 아닌,
오래전 세상이 방목하는 삭막한 변화의 물결로
화석이 된 어느 겨울에 두고 온 그 세월,
목울대가 까무러칠 정도로 찬밥 한 그릇 부리나케
먹고는 동무들하고 놀다 보면 콧물로 반질반질한
소매에 여린 햇살이 썰매 타다가 저녁연기 속으로
날아가곤 했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지새우려고 먹는 꽁보리밥은
위장에 기별이 가도록 먹었는데 방귀 몇 번 뀌면
꼬부랑 뱃속이 출출하다고 난리 굿하면 게츰한
눈들이 자동으로 보리튀밥 자루로 주목하는 건 당연
창밖엔 까마귀가 보면 할배라고 부를 정도로 칠흑 밤
차가운 달그림자도 벌벌떠는 북풍한설이 몰아칠 때면
윗목에 자래끼도 꽁꽁 거리며, 문풍지도 밤새 떨었다
섣달 그믐날 잠자면 눈썹 하얘진다는 말에 안자려고
해도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그저 쏟이지는 졸음에
눈썹이 하얗기나 말거나 잤는데 어 눈썹이 괜찮네,,,
아! 저제나 이제나 삼동 내리 횡행하는 삭풍이 홀연히
빈 가슴 훓고 지나가면 꿈결처럼 다가서는 조무래기
그리움이 또 어디쯤엔가 등불을 켜겠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13 16:22:1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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