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또는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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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검은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5회 작성일 18-08-14 10:27본문
감기 또는 기별
머릿속에 딱따구리 한 마리 살고 있다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사정없이 쪼아대며 둥지를 넓힌다
갑자기 콧물이 주르륵 흐르는 걸 보면
그놈 내 머릿속
물줄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부리를 깃털에 넣고 있어도 열이 올랐다 내렸다 축 처진 놈을
안고 업고 지샌 밤
달이 흔들리고 별이 흔들리고 검은 하늘이 흔들리고
숨까지 차오르는
나는 왜 놈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걸까
내 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 나를 음미하며 영역을 표시하는 놈
약을 먹여 어르고 달래다
생각하면 밉다가도
그 마음이 한 모금 내 몸의 기별이라는 거
나를 단숨에 삼킬 짐승이 오기 전에 다시 오거라
아쉬운 듯 배웅하네 부르튼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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