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4, 조의제문(弔義帝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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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71회 작성일 18-08-14 10:14본문
이미지 4, 조의제문(弔義帝文) /추영탑
아마 허공이 무거웠을 것이다
하늘이 높아져도 자꾸만 숙여지는 잘 익은
수수 모가지를 잘라낸다
간짓대로 서로를 건너다보는 눈 없는 모가지
모가지 없는 눈,
이제 똑바로 서서 걸어도
문지방에 머리 찧을 일 없다
모가지 없는 모가지로 서있는데
왜 하늘은 저리 푸르게 우나
모가지 내어주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능청떠는
저 대궁들이 수수(袖手)를 풀고 흥에 빠진다
목 하나 떼어냈다고 슬픔에 질펀해질 일 있겠냐마는
왠지 서글퍼지는 등신들을 흔드는 바람이
조문을 한다
어깨 같은 잎사귀로 서러운 춤을 춘다
이별이거나 별리거나 뜻이 같으면 서러운 법
삭제된 몸뚱이로 수숫대 초서를 내 갈긴다
하늘의 푸른 물 콕 쿡 찍어 허공에 문장을
그린다 바람이 부르는 대로 조의제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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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의제문!
김종직의 왕위찬탈 문이 글 속에 시사한 바가 큽니다
목이 잘린 강아지 풀 목하나 쯤 잘려도
끄덕없는 생명력에 경의를 보냅니다.
흔들리는 하늘 저 쪽에 알 수 없는 깊음이 하늘 거립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숫대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없어 강아지 풀로
골랐습니다.
수수는 다 익으면 먼저 모가지를 잘라 수확을 하지요.
대궁만 남아 이파리를 펄럭이며 저희들끼리 수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좀 짠해 보이기는 하지만, 멋모르고
춤을 추는 것들의 비애랄까?
날이 너무 가물어서 시골의 수수밭 제대로 익기나 했을까,
걱정 됩니다. 감사합니다. *^^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오사화의 빌미가 되었지요.
김종직은 무오사화 때 조의제문으로
부관참시를 당하여 두 번 죽었으니....
수숫대에 어울린 이미지 없어
강아지 풀로 고르신 착안! 박수 갈채
누가 뭐래도 [은파]가 보내드립니다.
시골에서 살지 않아서 그런지
강아지풀을 보리로 잠시 착각 했네요
보리는 털이 가시처럼 삐져나왔죠!!
시골에서 사셨던 분들은 추억이
많이 있어 수필도 멋지게 쓰실 것 같아
가끔 수필도 쓰셨으면 좋겠네요...
건필 하소서!! [꿈길따라] 은파올림``~~*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혹한 그날의 역사는 기억하고 싶지 않으나
모가지 먼저 따내 수확하고, 다시 밑동을 잘라내도
바람의 장단에 춤추는 수수깡들...
수필은 눈이 안 좋아 긴 글은 쓰기도 읽기도 겁부터 나니
접기로 한 장르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은파 시인님!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