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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단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회 작성일 18-08-20 23:56

본문

할머니네 마당 한켠에는 아주 오래된 우물 하나 있다

초가집이었던 때 땅 파 오십년 가까이 됐다는.

간이 상수도 들어오기 전까지 식수원이었다는.

밭 한 뙈기 하늘물만 바라봐야 했던 때 그 우물로 신나

모다뻠뿌 바로 매달았건만

깊게 찰랑대던 우물은 어느새 바닥

거기 물차기 기다리기 몇 해

장마는 두레박은커녕 모다뻠뿌도 걷어 가버리고

굳게 닫아둔 나무뚜껑만 햇빛에 달궈 누렇게 만들었다

내 머리에선 어느새 가시가 자라 콕콕 찌르고

내 가슴에선 애닮은 목마름이 물길 찾아 더듬고 있다

비구름이 가버린 하늘엔 불가마가 걸려있고

버석버석 타버린 잎들은 말도 못한 채 줄기와 뿌리를

더듬으며 스르르 떨어졌다

올해 밭일은 글렀어. 고추도 더 자라지 않고

고구마순은 벋질 않아 달릴 게 더는 없으니 어쩌나

아이구우 뜨겁기는 또 왜 이리 뜨거워.

노지 토마토가 익기도 전에 삶아져버렸어 못 먹겠네.

물기 없는 밭은 축축 처져 산 게 산 게 아닌 생명들이

누워있다. 기상청에선 연일 불볕더위 앞으로도 비님은

안 오신다니 저 멀리 있는 사막이 바로 코앞인 걸 이제

알겠다 하느님 언제 보내주실 건가요? ?

설마 반칙 일삼는 나 미워 물을 아예 없애려하는지요

제발 덕분에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8-23 17:13:2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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