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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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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09회 작성일 18-08-28 00:30

본문


와락,

활연




새벽 빗소리가 창문을 가만히 흔들 때
시간의 척후들이 이마에서 떨어질 때
구름의 눈들이 묽게 번질 때
먼 산 등고선이 젖을 때
빗금이 먼 산을 쓸어내릴 때
나뭇잎들이 색소를 조금씩 다른 계절로 옮길 때
나뭇가지로 새들이 요람을 옮길 때
숲에 사는 소리가 적적하게 젖을 때
비탈길 밭은기침들이 습하게 잦아들 때
풀들의 귀밑머리가 가을을 눈치챌 때
오후 내내 전깃줄이 울고 있을 때
피뢰침들이 허공의 울화를 견디고 있을 때
옥상 널따란 접시가 우주를 받아적을 때
없는 도랑이 생겨 길가로 번질 때
진흙의 눈 트임으로 샛강이 생길 때
가문 갯고랑이 먼바다로 마중 나갈 때
그리고 그런 때
여우비가 가만히 멈출 때
섬광 한 떨기 아미를 스칠 때
웃는 사람 눈가로 해설피 번질 때
아주 먼 곳인 듯 불어온 사람이 울렁거릴 때
그리고 내내
빗물이 흉금을 그을 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9-03 17:56:16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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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낮하공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낮하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 님, 안녕하세요.
"아주 먼 곳인 듯 불어온 사람이 울렁거릴 때"
형광펜이 여기에 밑줄을 긋겠다고 하는군요.
제겐 제일 맛있는 시들, 잘 보고 있어요.
가을, 불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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