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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메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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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29회 작성일 18-08-31 11:12

본문

술잔, 메워지다

 

1.

자장면 배달 오토바이에 실려 온

노란 반달을 허공에 걸어 놓고

홀로 술잔을 높이 들어 하늘을 떠 바치던 날이면 체면에 걸린 별들이

천사들의 배웅을 받으며 가슴속 웅덩이로 뛰어들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의 멱 감는 소리를 가슴으로 삼킨 몸,

빛과 어둠의 틈새에서 우주체로 흘려 쓴 단어를 조합하여

서툰 문장을 완성하고 술 묻은 독백의 끈으로 지구를 결박했다

점점 붉게 충혈 된 시간은 잔이 들어 올려 질 때마다

별을 하나씩 술잔에 넣어 주었다

혼이 분해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목구멍을 자극한 별들이 몸의 일부가 되면

지구를 결박했던 독백의 끈을 풀었다

 

작은 술잔은 우주를 담기에 충분히 깊었고 내 안의 마음자리를 넓히기에 충분했다

 

2.

오랜 세월을 두고 하늘이 내려앉지 않도록

높이 든 술잔으로

하늘을 빈번히 떠 바치며 수많은 별을 마셨다

어느 날 아무도 찾아와 노크하지 않던 입속이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치조골에서 검은 태양이 뜨자

번개처럼 광속으로 뻗치는 시원한 통증의 줄기가 마지막 포옹처럼

내 몸에 캄캄한 운하를 팠다

입속에서 매일 번개가 자랐다

내 목소리를 땅에 심을 때 까지 함께 항해하려 했던

입속의 하얀 돛단배 하나가

마침내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내 술잔에는 깊이가 없고 가슴속을 훤히 비추던 별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아직도 잇몸은 풍선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9-04 11:12:1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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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을  떼지 못하게  하시는군요

왠지
별을  함께 담궈놓고  독백의 끈을  풀고 싶을 만큼  유혹적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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