採蓮 (연꽃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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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97회 작성일 18-09-21 23:23본문
1.
蓮꽃잎들의 새하얀 시취屍臭로 가득한 일렁임이 여름 오후 연못에 있었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폐선廢船 한 척을 뭉게구름처럼 타고 그에게로 간다.
내 눈길 닿는 곳마다 이름 없는 문패門牌 달린
꽃들.
역한 비린내를 사위에 반사하고 있는
하얀 피 흘리는 짐승같은 것들.
영육靈肉 없는 蓮잎들 사이를 실체 없는 구름처럼 오가며 소녀들이 꽃을 따고 있다.
꽃을 꺾고 있는 소녀들이 두 다리 사이 꽃의 문을 열고
청록빛 심연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이어서 꽃의 문을 안에서 닫자 이름의 문이 열렸다.
소녀들이 허리를 굽혀
도요陶窯의 불가마니 속에 영육을 눕히고 있다.
황금빛 경직된 촉루髑髏까지 蓮닢이 타고 또 타서 재만 남는다.
蓮잎도 蓮꽃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2.
청록빛 파편에 손이 베어가며
버석이는 소리 없이 하얀 빛깔 침묵들이 흘리는 진초록 하혈下血.
저 금속성의 蓮잎들이 내 심장 갈라진 균열을 통하여 노려보고자 하는
그 심연을 견뎌낸 여름 오후는 황홀하다.
깊이 모를 황홀에 익사해 버린 蓮꽃잎 새하얀 시신들이 햇빛 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蓮꽃잎들 부풀어오른 익사체를 머리에 얹고
소녀 하나가 내게로 왔다.
머루잎처럼 새파란 소녀 하나가
휘파람소리가 내게로 왔다.
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몇 달 전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셨다고 하시더니
이젠 어느 정도 괜찮으신 것인지 사뭇 궁금합니다
가끔 저도 뜻하지 않게 다칠 때면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새삼스리 느껴보곤 합니다
주변 인들 통해 죽음의 몇 고비 넘기고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해 시가 정말 폐부에 와 닿습니다.
실제 저도 십 여 년 동안 몇 차례 죽을 것 같은
고비 몇 번 넘기니 하늘빛 향기롬 휘날리고 싶습니다
[자운영꽃부리]시인님께서도 마음 추스리시고
깨끗한 파문 던지실 좋은 시들 오래 쓰시기 바랍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시에 잠시 머물다 닉네임
생각하며 늘 닉네임 속에 피어나는 그 향그러움으로
[자운영꽃부리]님 만의 특유한 시어 수정빛에
반사 시키어 세상에 아름들이 휘날리 시길 기원합니다
[꿈길따라] 은파 올림```~~*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꿈길따라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은 괜찮아졌습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삶과 죽음 사이의 칼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지탱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곧 스러져갈 운명의 연꽃을 마치 그것이 황홀한 것인양 따고 있는 소녀들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역량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꿈길따라 님이 도달한 그 경지가 부럽습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속 쓰면 비몽사몽간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고
그냥 써 내려 갑니다
하여 나중에 확인하면
사실 저도 전혀 예상못해
간혹 놀랄 때도 있답니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구나 물론 되어 보는
그런 입장으로 쓰는 시지만!!
시인님의 시상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늘 사유체로 걸러 쓰신 시
감사하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눈에 문제가 있어도
꼭 시인님의 시 방문합니다
늘 멋진 시로 휘날리시고
고유의 명절 추석 잘 보내세요.
또한 늘 건강하사 향필하소서!!
[꿈길따라] 은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