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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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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3회 작성일 18-09-29 02:10

본문

부용꽃

 

-난설헌에게

 

1.

주홍 티끌 한 점을 허공에 찍어도

눈부신 하늘 바람 사이

타오르는 목마름은 숨길 수 없네.

혹은 흘러가는 녹음綠陰에 젖고

혹은 투명하게 몸을 떨며

꽃잎 산산이 흩고

마음을 점차 비워가면서

나날이 짙어가는 황홀만이 차가운 땅 위에 눕네. 

날카로운 서리 돋아나는 지상의 한 칸,

피가 고여오는 꽃잎 한 조각 

나로부터 돌아눕네.

 

2.

내 부끄러운 얼굴이 연못 한 곳에 비치는 날은

마음 한 자락 제대로

그대에게 펼쳐 보이지 못했네. 

마음 한 자락 제대로

그대를 위해 살아내지 못했네.

피다 만 연꽃 속 곧은 꽃대로 위태롭게 서서,

기억은 한 줌 청록빛 속에 숨어 버리네.


은슨한 물결의 떨림과 떨림 사이에

나를 감추었네. 

오늘 하루도 발 부르터

피다 만 꽃숭어리어라.

지나가는 바람만이 자욱한

이승의 공간.


그대 떠나가는 날 이 마음, 

이 빛깔 그대로 간직하고

내게 다시 오려나.

아득히 높고 외로운 것이 

내 안에서 문드러지고

무너지지나 않을까.


돌 던지듯 이름 하나 깨진 수면 속 던져넣고

그 이름이

나는 하루 종일 부끄러웠네.

햇빛 부서지고 꽃배 저어 가는

한없이 너른 연못.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02 16:04:0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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