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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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29회 작성일 18-11-05 03:54본문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스펙트럼
나는 심장 속에 한 송이 꽃을 키우고 있답니다.
가끔 가슴이 아파올 때면 꽃이 죽어가는 것입니다
시들어 죽은 꽃이 남긴 우울한 냄새가
내 마음 구석구석에 배이면
난 그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꽃이 남기고 간 상흔을 어루만지며
새 씨앗을 심고 싹트기를 기다립니다.
늘 그렇듯 기다림은 언제나 길고 지루하여. 나는
싹이 틀 때 까지 새 초롱 속 새처럼 갇혀 삽니다.
내 꽃은 매번 시들고 피기도 전에 죽는답니다.
이름 없는 꽃이라도 피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심장 속에서는 쉽사리 꽃이 피지 않습니다.
이런 내 생각을 눈치라도 챘을까요?
차가운 바람 사이로
하얗게 뜬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데
스쳐 지나가던 바람의 입이 속삭입니다.
‘너는 차가워져야 해, 너는 지금 너무 뜨거워’ 라고
나는 온몸의 한기를 심장으로 끌어모아 기도합니다.
나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차갑게 얼린 나의 심장이 녹아내리지 않기를,
나의 꽃봉오리가 터질 때까지는
이제 막 생겨난 보호막을 아무도 깨지 못하도록
잠시 동안만 이렇게 차갑게 얼어있겠습니다.
※ 고, 길영언니를 기리며·····,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끼고 사랑하던 꽃이 시들어 죽었을 때 다시는 꽃을 들이지 않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차갑고 뜨거운 마음도 모두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잠시만 얼어있으시고 그분을 위해서라도 뜨겁게 꽃을 다시 피워내시기를 바랍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의 말씀처럼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난의 날들,
우리네 삶도 꽃 하나 피워 보겠다고 고난을 겪는 것은 아닌지...,
우리 곁을 떠난지 49일째
어제 49제를 다녀왔습니다.
언니를 기리며 쓴 글이랍니다.
시인님의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울, 하다는 것은
내 마음의 꽃이 시름시름 않고 있다는 것이군요,
사연이 있는 글이라 그런지 행간이 무겁습니다.
스펙트럼님의 시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기를,
그 힘으로, 또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를 바랍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서피랑 시인님,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이곳
어느 시인의 말처럼 소풍왔다 생각하고
즐겁게 놀다 가면 될 것을,
왜 그 마음 갖기가 이렇게 어려울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