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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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822회 작성일 18-11-10 11:05본문
끝까지 가 보는 거야
최 현덕
고속버스는 빗길을 가르고 있었다
졸음에 기울던 눈까풀은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 순간, ‘딱’하는 소리와 여자의 비명,
“아저씨 목이 부러졌어요” 이거보세요
뒷좌석에 걸쳐놨던 우산모가지가 덜렁거렸다
부러진 우산모가지는 막판이었다
여자는 낭떠러지에 매달린 우산모가지를 흔들었다
막장까지 그녀의 밑천을 드러냈다
뒤를 돌아본 나는 애면글면 매달린 그 목을 향해
기어이 손을 내밀어 부러진 우산모가지를 받아들었다
대신 보상받고자 하는 그녀의 손에 내 우산을 건네주었다
‘딱’ 하는 순간에 낭떠러지에 목이 두 개 매달렸다
하나는 부러진 우산에 매달린 그녀의 막판 모가지
하나는 내 손아귀에 쥐어진 부러진 우산모가지
동서울터미널에 내리자 두 목은 각자 가을비를 향해
우산을 펴들며 각기 발길을 옮겼다
빗속에 묻힌 두 사람은 가을비보다 우산에 치중하며 걸어갔다
손아귀에 전해오는 뚝 부러진 우산 목의 진통이 마치
막내딸 출산 때 파고드는 고통마냥 오락가락 했는데 그건
뚝 부러진 우산모가지가 내 손아귀에서 끝까지
조심성 없는 내 잘못을 시인하라는 질책같기도 한
가을비가 준 생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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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 아귀에 전해오는 우산의 진통을 잠시 느껴 봅니다.
잠시 불편했던 상황이 막간 영화 같습니다
무사히 끝났기를 빌면서 막내 딸 출가 같은 진통을 헤아려 봅니다
행운과 평안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최현덕님의 댓글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의 전령사
계절에 안성맞춤의 낙엽의 품격을 펴 주신
시인님의 섬세함을 잘 보고 왔는데
이렇게 품앗이 다녀 가셨군요.
네, 비싼 우산 건네주고 부러진 우산 받아 쓰고 나니
오히려 마음에 부담을 덜어씁니다. ㅎ ㅎ ㅎ
찬바람 잘 피해셔서 건강 잘 챙기시길요, 두무지 시인님!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상의 순간들을 시로 건져 올리시는 솜씨는 여전히 일품입니다
오랫만에 인사 놓습니다
바쁜 중에도 틈틈이 시를 쓰시는 형님,
이 가을 더욱 짙어 지소서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십니까, 반가운 고나 아우님!
요즘 뜸 하신데 무탈하신지?
짬짬이 시간내서 시말에 들르기는 하지만 글 쓰기가 신통치 않습니다.
그냥 인사하기는 뭐 해서 허접한 글로 존재를 알립니다.
이렇게 찾아와서 고맙습니다. 고나 아우님!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통 깨는 우산 모가지를 만나셨군요.
젖혀진 의자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 걸어가는 모습이 의기양양할 것 같습니다. ㅎㅎ
오랜맛에 뵙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감사합니다. *^^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우산과 바꿔치기하여
모가지 나간 우산 받쳐 들고 집에 왔더니
아내의 칭찬이 있었는데
모가지 만 수선하면 무척 비싼 우산이라서 여름양산으로 적격이라는군요. ㅎ ㅎ ㅎ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좋고 매부좋고...앗싸~~
고맙습니다. 추 시인님!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현덕 님
사랑하는 우리 아우님!
얼마나 피곤 했으면 의자를 뒤로 젖혔을까?
누나는 안 쓰럽구려!
대신 바꾸어 변상 해 준것은 좋은 행운을 예비 한것일꺼야
잘 했군 잘했군요 ㅎㅎ
아주 좋은 시를 잘감상하고 가옵니다
건강 챜그 잘 하시고 좋은 시간 되사옵소서
사랑하는 우리 최현덕 아우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비 우산속엔
혼자만 펼쳐보는 그림이 그려지게 마련
누군가에 호의가 까닭 모르게 따스해지기도 했던
그 빗방울 들, 그 오던 날들
우산 펴보게 핑계 주셔 고맙습니다
석촌
최현덕님의 댓글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닥에서 나뒹글던 낙엽마저 쓸어가버리는 가을비가
왠지 찬바람을 곧이어 몰고 올것 같습니다.
월동 준비는 되셨는지요?
올 겨울 건강하게 잘 지내시려면 초겨울을 잘 지탱해내야 큰 바람을 견딜 수 있다는군요.
건강하심을 기원드립니다. 석촌 시인님!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순간을 포착해서 순간이 끝이 아닌 생생함으로 복원해서 가을 비 속에서
부러짐과 난감함을 하나로 봉합하고 먼길을 나서는 삶의 한 모서리 !
이것을 묵시적으로 응시 하면서 그려내는 솜씨 또한 뛰어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세상 안쪽의 사람의 모습들을 부러진 우산대의 생들을
직시 하게 합니다. 언제나 포용성과 중후함으로 보듬어 않는 진진함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최현덕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꿈 보다 해몽이라구 힐링 시인님의 과찬에
쑥스럽습니다.
암튼 도랑치고 가재 잡은 격입니다.
멀쩡한 우산 주고 부러진 우산 받아 아내에게 잘 했다는 칭찬을 받았으니까요.
그렇쵸?
고맙습니다. 힐링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참
모가지들의 시심이 퍽 무거워졌습니다
괜스레 쑥스러운 모가지가 되어버렸습니다
ㅎㅎ
손모가지도 덩달아...
비는 아는지 모르는지...
비 좀 맞아달라는 암시인 듯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산모가지 사건의 전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버스회사의 책임 같은데 내가 왜 내 우산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좌삭의 레버를 젖혀서 편히 쉬려한것 뿐인데요.
가을비가 빚어낸 촌극입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휴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