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기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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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464회 작성일 18-11-26 00:02본문
길 가다가 눈 앞에 떠오른 단풍잎들 새빨간 감촉마다
아 그 향기 여기 있었네!
눈 앞에 바로 두고도 오래 잊었던 그 파도가
여기 있었네!
세상 느슨한 것들을 단도리질하는
엄격한 미소, 검은 바다 향해 혼자 걸어가던 그 간절함이
여기 있었네!
눈앞에 시집으로 펼쳐진 가을아침 무심히 읽다가
손끝을 베는 책장 모서리, 따끔! 고요히 모여드는 핏방울 아,
그 향기 여기 있었네!
오래 잊었어도 그 향기 바래지 않다가
다시 찾아와주어 고맙다.
장항 바닷가 저 멀리
모래톱에 걸려 있는 폐선은,
뻥 뚫린 옆구리에 해당화며 미친 두루미꽃 활짝 꽂고서
아직도 빛나는 꿈 꾸고 있겠지.
그래, 이 향기 딱 한번 맡았기에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산머루든 비단거미든
거미줄 촘촘히 짜여진 무릎 위에 불러모아,
다림질한 언어 속에 쓸쓸한 견고함 여러 형태를 얻어
흔들릴 수 없는 그 지독한 절조 있는 향기!
한없이 부풀어오르는
너의 손가락은 부지런히
무언가 황홀한 것을 계속 자아내고 있구나.
아 그 향기 여기 있었네!
달팽이가 버리고 간 무지개빛깔 껍질
속이 텅 비어 있어
세월이 가리키는 방향을
그저 따라 돌아가는 풍향계처럼,
하지만 내 후각세포는
이 만화경같은 화강암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구나.
아무리 코 박고 깊이 들이마셔보아도
아 그 향기 여기 있었네!
서늘한 옥빛 목숨의 변주 속에 폐선 하나 갈망하여
또렷이 그 자태만은
내 코끝으로 달콤하게
폐 속을 비수로 후비듯 얼얼하게
아 그 향기 여기 있었네!
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향기에 슬은 맘속 향기로
예전에 에코팍에서 느껴본 향그럼
마음에 슬어 쓴 시 한 수 제가 늘
싣고가던 곳에 옮기며 이곳에
시 한 송이 실어 놓고 갑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제 눈 많이 왔을 때 쓴 시인데 올려보았습니다. 참 많은 것들이 마음을 격동시키며 쫓아와서 그때 쓴 시들이 모두 감정적인 글들이 되었네요.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한 송이 피우렵니다/은파 오애숙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흙탕물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에서 풍기는 아름다움
무엇하고 비교할 수있으랴
어찌 그럴 수 있는 것인지
꽃이 지면 핍진 그 자리마다
열매 맺어가고 있는 것이련만
꽃과 함께 맺어 가는 구려
세상사에 살면서 향그런 꽃
활짝 피우며 열매 맺어가길
두 손 모으는 마음속의 바람
욕심이 아니고 진실 됨이라
어찌 네 모습 아름다운지
이 아침 숭숭 뚫린 연밥 속에
시어 공명시켜 날개치는 향기
맘에 슬어 한 송이 시 피우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하나의 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아름답게 묘사한 시네요. 역시 시를 많이 쓰신 분이라서 생생하게 묘사가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곳은 가을 같지 않은 가을인데
그곳은 겨울 길섶이라 싶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여기도 그리 춥지는 않습니다. 올겨울은 한파가 심하다고 했는데. 집앞에 장미가 다 피어있네요.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언제인가 한겨울 이곳에서
아파트 단지에 흰장미 한 송이가
핀 것 봤습니다. 그 당시 바람이
세차서 그랬는지 안쓰러웠던 기억...
한국에도 초겨울 장미가 필 정도면
아마도 엘리뇨 현상 때문 아닐까요?
많이 심각한 상태라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