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겨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4회 작성일 18-12-01 00:04

본문




 

 

 

 

내가 처음 그곳을 찾아간 날, 담장 곁에 선 사철나무 잎이 쏘아보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순연한 붉은 빛깔 안으로 검은 어둠이 침식해가는 빛의 지층이었다. 그 지층을 따라, 살을 에는 바람이 가장 앞장서서 달려왔다. 세포 단위의 타락.

 

단풍나무 가지 높은 곳에 누렇게 뜬 이파리가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내 폐 속 염증이 안구까지 올라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봄 여름 가을 너는 뜨겁게 사랑받았어. 너는 아마 몰랐겠지만." 나는 단풍잎에게 말을 걸었다. 저 높이까지 닿을 조용한 어조로. 단풍잎은 고개를 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다음날 그 자리에 일부러 가 보았다. 빨간 사철나무잎은 독약을 마시고 도취한 얼굴처럼 불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단풍잎은 어제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멎어있을 뿐이었다.

 

"너는 정말 뜨겁게 사랑받았어. 네가 윤기 도는 청록빛이었던 시절, 네 그림자를 따라가며 누군가 각혈한 피웅덩이가 있었다. 너는 알았니?" 단풍잎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정지해 있었다. 나는 혹시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도 들려오지 않을까 귀기울여 보았다. 미이라같은 가지 위로 낮은 구름 일어날 뿐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날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폐의 모양을 한, 붉게 부풀어오르는 방안에서. 창밖으로 겨울바람 바라보았다. 푸른빛이 제압한 희미한 거리를 겨울바람이 여기저기 베인 자국 내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음날 그 자리로 가 보니 단풍잎은 그대로였다. 단풍잎은 사납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에도 미동조차 않고 조용히 거기 있었다.

 

"네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나는 각혈하듯 그 말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몇걸음 걷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저 단풍잎을 바라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저 단풍잎이 내 눈을 빌어 나를 바라보았다는 것을. 처음부터 내내. 저 높은 데서. 내가 피 흘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폐를 빌어 단풍잎이 피를 흘려왔다는 것을.

 

한참 걸어와서 뒤 돌아보니 담장 곁 사철나무는 검게 변해있었다. 단풍나무는 서서히 가라앉으며 마른 잎들이 천천히 익사하고 있었다. 나는 끝내 내 눈과 폐를 나로부터 되찾지 못했던 것이다.

 

내 안과 바깥 그 어디로부터도 아무 소리 들려오지 않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2-10 11:09:0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Total 118건 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8
간이역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7 0 08-21
117
눈 내리다 댓글+ 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 01-30
11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 09-21
11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4 0 01-30
열람중
겨울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5 0 12-01
113
조장鳥葬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9 0 11-06
11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 0 11-17
111
관악산 댓글+ 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12-19
110
초겨울 하루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0 01-08
10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0 11-19
108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0 12-11
10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3 0 08-09
106
가을밤 댓글+ 2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0 10-25
105
蓮伊 I - 달밤 댓글+ 1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0 12-27
10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5 0 12-23
103
첫눈 댓글+ 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8 0 12-04
102
가을江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0 10-17
101
봄 아침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0 01-10
10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3 0 11-30
99
샤갈의 마을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0 09-19
9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0 08-30
9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0 09-29
96
억새밭에서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0 0 12-16
9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0 07-27
9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2 0 11-23
9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0 11-08
92
씻김굿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0 12-31
9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0 12-11
9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0 10-03
8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1 09-24
88
첼로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 10-13
8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0 02-07
8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11-09
8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10-05
84
우산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0 10-20
83
盧天命 II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6 0 11-02
8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 11-10
8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10-01
80
억새밭에서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 12-29
7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2 0 12-21
7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0 10-15
7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 0 12-19
76
그리움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 01-03
75
추전역에서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 12-13
7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0 11-25
7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11-17
7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 0 11-07
71
토란잎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1 0 10-26
70
동막해변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 07-19
6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 10-07
68
연못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 12-15
67
초봄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11-12
6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10-21
65
변산 동백 댓글+ 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 0 12-10
64
바다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10-16
6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1-06
62
마트료시카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0 10-18
6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0 09-21
60
호수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0 11-06
59
달밤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 01-01
5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0 09-26
5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10-08
5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1-26
55
여름아침 댓글+ 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2-26
5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 10-31
5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0 12-15
5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11-22
5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10-12
50
여름 한낮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0 10-05
4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8 0 10-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