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4>폭설은 봄을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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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련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67회 작성일 15-12-12 16:53본문
폭설은 봄을 부르고
언 땅에다 무언가를 긁적이던 여자가 일어섰다 몸속에서
후두-둑, 뱁새 떼가 날아올랐다
땅속에선 꿈을 꾸는 듯 아이가 칭얼거리고
창 너머 새의 부리 같은 잎눈들의 조잘거림
저 흰옷의 여자는
산수유를 목련을 진달래를 필사하고
개나리를 벚나무를 아그배꽃눈을 필사하고
얼음장 덮인 강을 필사하고
초록의 바람을 필사하고
너무 많은 각주 때문에 표절시비에 휘말릴 거라고
말렸지만 여전히 지난계절을 답습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쓴 模作
오래된 일간지를 뒤적거리며
뒤란으로 돌아간 햇빛이
흙 담장에 촘촘한 주석을 다는 정오
나도 한 마리 애벌레처럼
연둣빛 수액이 흐르는 버드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선
가려운 발진 같은 웃음소리 들리는데,
얼굴이 수척해진 겨울이 밤새 흰 외투를
벚나무가지에 걸어두고 유령처럼 사라졌다
이제 곧 담 너머엔
봄의 문장이 편년체로 완성될 것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13 20:13:12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解慕潄님의 댓글
解慕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그분인 듯싶군요
폭설 속에서 봄을 부르는 낌새
예사롭지 않은
아마 대전이었던가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참 좋군요.
외계에서 강림하시니 좋습니다.
"......... 생과 생이 직조된 교차점, 간이역에서
도착과 출발의 또 다른 관계로 기인 레일 위 미끄러지듯
매듭을 풀고, 운명은
따스한 피 흐르는 강의 본류를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고 내려오고
너와 나, 어느 한 쪽으로도 무너질 수없는
공생으로
꽉, 짜여진 관계였다"
오래전 이벤트에서 이 글을 쓰신 분이다, 추정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아닙니다, 더 젊으신 분입니다, 몰라몰라
잘 쓰시니까 다들 누굴까, 하시는 듯.
자수해서 광명 안 찾아도 좋고.
모쪼록 이곳에서 시 날개 활짝 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