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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과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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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5회 작성일 19-01-07 13:47

본문

혼자 서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는데

아저씨는 돌부리를 베고 누운 장작의

가슴께나 종아리께에

머리처럼 다른 장작을 누이고

그 장작 위에 또 다른 장작을 기대신다

오늘 하루 무탈하니 되었다 싶은데

아저씨는 부지깽이로 장작 밑을

들었다​ 놓으며 불을 돋구신다

하나만 생각하며 살자 하는데

아저씨는 이미 쪽이 난 장작 토막에

다시 도낏날을 겨누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살아보자 하는데

아저씨는 솥도 걸지 않고

장작만 때신다

당당히 맞서며 살자 결심하는데

아저씨는 연기를 피해 뒷짐만 지신다

​이 한 몸 불태워 세상에 끼칠 일이

무엇인가 하는데

아저씨는 불티가 나른다고

사람들을 비껴서라 하신다

무슨 득을 볼까 하는데

손바닥에 두툼한 온기를 얻고도

벌린 손을 접지 않는 사람들에게

막걸리 잔을 쥐어 주시며

술이나 한 잔씩 하라고 하신다

첫 잔 헹군 술에 취한 모닥불이

비틀거리며 대거리를 하는데

아저씨는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를

기울이며 술만, 술만 따르신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1-14 20:49:5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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