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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흐르는 빗방울들은 어디로 흐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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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1회 작성일 19-01-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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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신발처럼 신고 여백 위를 자주 걸어 다녔다. 이미 갔던 길에 다시 돌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도 하고, 길 곳곳에 꽃을 심어 기르기도 했다. 침범하는 감정이 침범할 수 있게 그냥 두었다. 안간힘을 쓰지 않고, 내 집 내 방처럼. 아무도 없는 것처럼 크게 노래를 부른다거나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기도 하며 나만의 보폭으로 걸었다.

표정으로 여백을 채웠다. 하루는 눈썹을 세차게 치켜올리고, 두 눈으로 모든 것을 쏘아 보기도 했다. 양 볼의 한 가운데에 깊은 웅덩이를 파고, 눈가에는 주름을 깊게 새긴 날도 있었고,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여백을 채운 날도 있었다. 강렬한 시간은 항상 공책을 통과해 나갔다.

장마가 시작된 날부터 공책의 여백을 메꾸지 않았다

장마는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고 했다. 장마가 거세 이것이 아예 끝나거나 누그러질 때까지 못 볼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장마가 미웠다. 떨어지는 비를 밧줄처럼 잡고 올라가 구름에 가둬두고 싶었다. 하지만 장마는 어쩔 수 없는 일. 공책의 남은 여백에 체념이 채워졌다.

시간 틈에서 자라난 발톱을 자르고, 오래 방치된 행복에서 곰팡이가 꽃처럼 피어났다. 몇 명의 계절이 죽어나가도 장마는 끝끝내 납작하게 엎드려 죽음을 피해 갔다. 장마는 끝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할퀴며 찾아왔다.

장마는 더 길어질 거라는 말을 전했다. 아직 많은 여백이 있는 공책의 한 페이지를 마지막으로 채웠다. 장마를 배웅하는 글이었다.

우산 쓰고 공원을 걸었다. 먼지 앉은 의자는 여전했다. 고아가 된 글이 가득한 공책과 의자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 위에 공책을 두고 가던 길을 걸었다. 우산을 접고 걸었다. 공책과의 거리가 멀어짐을 느꼈다. 장마는 여전했다. 젖은 채로 계속 걸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1-28 12:17:46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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