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시그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37회 작성일 19-02-11 20:39

본문



활연




      1.

   접시에 놓인 무정란에 포크를 찍었다
   아침 건널목에서 쏟아지는 고장 난 아이들을 밀치고 바퀴를 굴리지 않았다 잠시 문득 닮았다와 담았다,는 발음을 혼동했다

   잔설이 비치는 가로수 간을 꺼내먹지 않았다

   한 마리 개가 증류된 소주를 빨대로 마시고
   개의 고독을 삼키며 증발한 해피나 메리를 애도했다
   너구리가 눈 똥을 그 중 윤이 나는 것을 빻아 커피를 마셨다
   기나긴 구린내에 엄숙했다


      2.

   고라니가 발자국을 찍어도 좋을 눈밭과
   눈시울이 비린 달을 흐릿하게 뿜었다
   흰 것들은 아무도 모르게 탬버린을 짤랑거리는구나
   황금 팬티를 입고 호랑이 가죽 무늬 망사 속에 최소한 웅크린
   자지를 주물럭거리다가 대가리를 한 번 툭 쳐 주었다

   구린 입에서 귀속까지 공수는 짧다,

   택배처럼 간결했으므로 상하지 않는 말들의 말총을 잡아당겨 주었다
   귓속의 고독은 면봉으로 긁어주고 귓전에 떠드는 말들은 약솜으로 밀봉했다

   고요하다는 건 인간이 말을 배우기 이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생각

   동전통을 시집 위에 누르고 한 편을 눈동자에 인화했다
   시어에서 동전 구르는 소리를 들었다
   활자는 거미집을 지었다 아무도 십자가에 매달리는 일은 없었다

   수족관에 뿌려둔 정액들은 부화해 말없음표로 아빠라 불렀다 소리가 젖어 있었으므로 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낙엽 몇 조각을 손으로 비벼 뿌려주었다
   나비로 진화한 조각들이 수중을 날아다녔다

   꽃물에 적중하는 일은 나비의 감각,

   얼마나 입가를 닦아야 윤이 날까
   고해성사 창구를 찾았지만 출구만 보였다
   거짓말을 들키는 일도 면역이 붙으면 더는 간지럽지 않다는 생각
   수식어가 나를 침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생겨났지만
   관형어 모자를 쓰고 도망 다녔다
   그것은 메이드인외계 모자였다


      3.

   지상의 죄는 거울이 다 삼켰으므로
   아침마다 거울에 웃음 몇 조각을 발라주었다
   거울은 깨진 이빨 몇 개를 뱉었지만 최대한 입을 벌리고 거울을 조롱해 주었다
   하악과 상악을 몰라보는 지경까지 벌렸는데 혓바닥에 기착한 자잘한 연단들이 뿜어졌다

   애플리케이션처럼 우린 상냥했으므로 앵무새나 물고기를 사냥하러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설마, 네가 비어를 좋아하겠니?

   목적과 형식 사이에도 주인과 술꾼이 있어서 유곽은 술렁거렸고
   형식은 자주 차선을 위반했지만
   개체는 체외수정처럼 흐물흐물한 당도여서 알아볼 수 없었다

   지구가 방전되고도 여전히 뜨락이라는 발음은 좋았으므로

   죄는 책장에서 벌罰은 노래에서 아니면 벌통에서 찾았다
   꿀물에 흠씬 젖은 죄라면 달기라도 할까

   죄의식은 시계추 같았다


      4.

   청설모가 호두를 돌리는 속도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하루에 한 번쯤 혹은 일주일에한 번쯤 혹은 일 년에 한두 번쯤 신을 두려워하듯이
   동굴이나 시냇물이나 돌에 기도하고 싶었다

   무신론자는 식물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주 어느 모퉁이 분수가 하얗게 치솟아 무지개가 걸리고 요정들이 종을 들고 나타나 여기도 뜨락, 저기도 뜨락, 할 것 같은데

   그냥 이 발음이 좋았다

   미증유의 일들은 화사하고 깨알처럼 쓴 죄목도 알알이 깨우쳐 그래 넌 식물에 가까운 짐승이었으니까 산짐승보다 점잖은 식사와 애교를 갖췄으므로 모든 허물을 사하겠노라


      5.

   ∑
   ∑
   저, 저어 이대팔 씹새끼
   아가리 좀 봐, 봐라 또 귓불에 침 바르고 있다

   天報之**



        

   * 子曰, 爲善者는, 天報之以福하고.爲不善者는, 天報之以禍니라.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에서 차용.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2-17 11:59:00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krm333님의 댓글

profile_image krm33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그마를 제가 풀었다면 개발괴발이 되었을텐데....시인님의 집중력 높은 시어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갑니다.

Total 6,173건 68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83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 11-08
1482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 11-08
148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0 11-08
1480
결(結) 댓글+ 4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4 0 08-16
1479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08-05
1478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11-08
1477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1-08
1476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0 11-08
1475 MrHw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11-08
1474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0 11-08
1473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11-08
1472 달팽이걸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 11-08
147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11-09
1470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0 11-09
1469
새 단장 댓글+ 6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11-09
1468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0 11-09
1467 자신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11-09
146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 11-10
1465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3 0 11-10
1464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0 11-10
1463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4 0 11-10
1462 해운대물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0 11-10
1461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11-30
1460 호남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 0 11-13
1459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0 11-13
1458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 11-17
1457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 11-16
1456
여름아침 댓글+ 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2-26
1455
태동(胎動) 댓글+ 22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 01-01
1454
코스모스 댓글+ 1
7코스모스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0 0 12-11
1453
달빛 댓글+ 6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 12-26
1452
관악산 댓글+ 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12-19
1451
蓮伊 I - 달밤 댓글+ 1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0 12-27
1450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 0 12-27
1449
구름의 마임 댓글+ 1
달팽이걸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12-27
1448
너 벙어리장갑 댓글+ 12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 12-27
144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0 12-28
1446
개똥쑥 댓글+ 6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 12-28
1445
검댕 부리 새 댓글+ 9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 12-28
144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 0 12-28
1443
억새밭에서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 12-29
144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5 0 10-02
1441
묵화 댓글+ 2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0 12-07
1440
아모르 댓글+ 2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02-12
1439
씻김굿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0 12-31
1438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12-31
1437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 0 10-31
1436
모래시계 댓글+ 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0 06-02
143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 09-28
1434 조현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0 06-03
1433
거울의 역설 댓글+ 3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 0 06-05
143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06-01
1431
또 다시 댓글+ 4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 01-01
1430
들길에서 댓글+ 2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1-01
1429
이중 스파이. 댓글+ 1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01-01
1428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 01-01
142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1-02
1426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0 12-19
142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 01-02
1424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01-02
1423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 01-02
1422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 01-02
142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 01-02
1420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1-02
열람중
시그마 댓글+ 2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02-11
1418
옹이 댓글+ 12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0 02-26
1417
[압력밥솥] 댓글+ 3
인생만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1-03
1416
그리움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0 01-03
1415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01-03
1414 꽃핀그리운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 01-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