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에 피는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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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403회 작성일 19-02-18 08:37본문
탁탁탁탁 상다리를 펴 밥상을 차린다
간밤에 숨어든 보름달 상에
세상 파고들지 말고 크게 보라고
핵을 흩트리지 않는 달무리처럼
중심을 향해 식구 수대로 수저를 걸친다
수저조차 세상의 중심점을 향해
가지런히 두 손 모으고 공손하다
네 상다리로 떠받들어져 밥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제 분수를 알고
조력의 다함을 인정함이 반상이고 위대한 밥상
위대함이 별것인가
발바닥의 고마움과 부유의 시간
굴러굴러 닳은 하루가 밥알로 얽힌다
빙 둘러앉아 숙명처럼 밥을 떠먹는 행위는
몸으로 뒹군 영혼을 한가운데로 모으는 의식
둥글게 빚은 시간 안에 나열된
반찬을 하나씩 집어 등 뒤에 따라온 서로의 그림자에게 떠먹이는 것
우주 속 공동운명체임을 약속하는
달그락거리는 눈물
모래시계 병목을 통과시키는 자정 의례
지구 자전의 조짐이라도 느껴볼 수 있다면
오늘도 내일을 당겨와
밥상머리에 앉을 것이나
각방의 단면조차 가운데로 모이는 귤처럼
오늘도 그들은 밥상머리 가족인 것
의식을 치르듯 머리를 맞대고
아무 말 없이
젓가락이 서로 방향을 달리 해도 절대 얽히지 않는 배려
한 걸음도 못 되는 밀도에서 절대
머리 부딪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밥상머리 질서는 온 땀구멍 온 머리카락을
헤아리지 않아도 살아지고
살아지는 사랑의 촉수
행세하지 않고
아늑하게 바라보는 무언의 눈길
하루를 또 살아야 해서
하루를 살아본 게 아니다
밥상 다리에 핏줄이 불끈 솟는 이유는
밥상머리에 어리는 그림자가 조용한
체온을 가졌기에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2-25 11:44:0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div>
댓글목록
cucudaldal님의 댓글
cucudalda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구절의 긴장감도 재밌고요. 마지막연도 너무 좋아요.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는데도 왜 부딪히지 않는지..
재밌게 읽고 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쿠쿠달달 시인님.
시인님의 성실함에 탄복합니다. 발톱에 때만도 못한
졸시에 댓글 주심에, 채찍 주심에 감사합니다~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구구절절 합니다
기가 막히네요
예전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오봉상을 피고
대여섯 식구가 오밀조밀
고등어구이 한마리 가지고 나누어 먹던
정신없이 생각않고서 말 한마디 없었지요
고등어 구이 처럼 고소하고 달콤한 시
진짜 너무 부럽습니다
파랑새가 날듯이 시원하게 읽고 나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뉘엿 해 기울고 꽁치 굽는
비릿한 냄새가 온 동네를 휘저으면
그때서야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각을 했던
참 허기진 시절이 있었죠
아무 종교도 없으면서 하늘에
빌면 다 들어주실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던.
그 시절 밥상머리 교육은 참 따뜻했었던 기억이 ``
주손님의 댓글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연스런 질서속에 따뜻한 체온을 가진 조용한 가족 입니다
문득 옛 추억의 밥상에 미소가 번집니다
감사합니다 파랑새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손 시인님
가마솥에서 푸눈 고봉밥도 그 시절
왜 그리 나만 적게 주는 것인지 늘 성에 차지 않아
허기가 도지곤 했죠 ㅎㅎㅎ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레 밥상에 엉긴
따스한 온기가 소담한 꽃으로 피었습니다
무언이 동이는 핏줄로 엮이면서요**
석촌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촌 시인님~
감사합니다. 먹는 밥상에서도 온 세상이 다 들어있었던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