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鳥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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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00회 작성일 15-12-17 01:43본문
내 죽거든
즐거운 조장을 치르라
황막한 들녘 굶주린 새떼들 우글거리는 곳에
내 껍데기를 던져다오
차디찬 살점이 뜯겨나가고
두 눈알이 파여 삼켜지고
심장에 남은 피가 부리를 물들이고
무른 뼈들마저 찢겨나가거든
그리하여 초승이 부풀어 보름이 되기도 전에
형체도 없이 들녘에서 사라지고
굳은 뼈만 흙에 뒹굴다 바람에 씻기다가
재와
먼지로 돌아가거든
나 하늘에서 크게 웃으리라
살아 생전
자식새끼들 한번
배터지게 먹이질 못했으니
주린 새들에게라도
내 마지막 남은 껍데기를 공양하여
業을 씻으리라
나도 배터지게 먹이고 왔다고
상제께 아뢰며
큰 소리로 당당히 아뢰며
높디 높은 곳에서
우 하하하
크게,
크게 웃으리라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22 11:56:40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성영희.님의 댓글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택시에 싣고
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
.
.
황동규 시인님의< 풍장>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과연 나는 죽어서 무엇 하나라도 아낌 없이 내어줄
자신이 있는가... 반성하며...
반가웠어요 시인님^^
李진환님의 댓글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 높이를 맞춰주셔서 감사해요.
언제 한번 더 맞춰주시길...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이님의 외줄타기 같은 노련함과 아슬아슬함이 한데 어울려 탱탱한 맛이 납니다
그 던져줌의 다른 한 줄은 시마을에 시를 던져줌으로 오독해도 될까요?
기꺼이 내주는 베품과 나눔의 다른 획으로로 읽으렵니다.
시쓰는농부님의 댓글
시쓰는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방죽에 빠져 죽은 사람을 건지려고 온 마을 사람들이 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 지나던 스님이
딱하다는 듯 말했답니다. "허허, 수장(水葬)을 하나 애써 건져서 매장을 하나 그게 그거지."
육(肉)보시(包施)로는 매장 만한 게 없다더군요. 대자연으로 회귀하면서 육신은 미생물과
벌레들의 먹이가 되고 썩으면 거름이 되니까요. 요즘은 화장이 대세지만 사실 공기나 대지를
오염시킬 뿐이지요. 조장으로 새들의 먹이가 된 후에는 새처럼 가벼운 몸이 되어 훨훨 날아갈
수 있겠네요. 저도 한 표 드립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 묵혔다가 꺼내신 것이로군요.
휘휙 쓰시고 휙 던지기 잘하는 창 멀리던지기 선수인 동이님의
퇴고작.
영희 말대로 황동규 저리가,
오늘도 신명나는 하루 되세요.
윤희승님의 댓글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편에 걸음하셔서 격려말씀 주신 성시인님, 이선생님,이종원님,시쓰는농부님, 활연님, 고맙습니다
연말 잘 마무리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퇴고작은 아닌데 시상한계 때문에 언젠가 비슷한 풍의 글을 적었었던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