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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56회 작성일 15-07-23 09:41

본문

상비약이라고 했다
만성 불면증 환자의
강렬한 독성, 아찔한 현기증,
을 그는 사랑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나 으스대는 빌딩들은
눈부셔서 얼굴을 찡그렸다
방 한 구석 간이옷장이나 우두커니 골똘한
낡고 어두운 창처럼 한 뼘씩,
그늘을 넓혀갔다

멈춰버린 폐선 하나를,
어디로도 출항할 수 없는
처분해 버렸다 추위와 허기
외로움 따위 단번에 털어 넣었다
모든 불편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폐쇄된 세상은 당연한 듯이 그를 버렸다
굳게 닫혀있었다 오랫동안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적막만이 놀다가자
조금씩 그는 휘발되어갔다 한 때
동거한 술병들만 죄인처럼
그의 조문객이었고
끝까지 함께 순장되었다
마침내 경찰이 그를 발굴할 때까지,
밀린 방세 득촉하러 너무 늦게
주인이  방문할 때 까지

사망 추정 시기는 8개월 전
취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서른 개의 빈 소주병이 뒹구는 백골과 함께
발견되었다고 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24 17:16: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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