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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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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0회 작성일 19-03-11 10:33

본문

빨강

            이진환


 

 

유년의 그림에서 색이 사라졌다

파랑, 노랑이 사라지고 빨강만 남았다

 

소리와 생각을 현상하지 못한 사진은

변색된 표정과 풍경이 허술해도 늘 그 자리이지만 유년이 눌린 연필자국 따라

문지른

빨강만 남았다

 

빨강은 가난의 색맹이었다

누이의 구두가 빨강이고 엄마의 입술이 빨강이고 아버지의 넥타이가 빨강이었다

 

빨강은 난청의 웃음이었다

예식장 혼주의 웃음이 빨강이고 한 잔 값의 카드가 빨강이고 짖으며 달려드는 개 소리가 빨강이었다

 

서로의 취기에 기대

웃음 멎은 머리들을 말리는 저녁

속살에 박힌 붉은 생각을 토한 황량해진 눈시울로

 

파랑 노랑을 찾아

저승 같은, 가슴에서 너덜거린 세월을 던지는

큰 숨 한번 뱉는 사람의 자리

더러는, 그림자 길게 떨구고

다 탄 빨강이 재로 날리는, 넘어서도 비탈인 등성이에 오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3-14 11:03:4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파랑새님의 댓글

profile_image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삼원색은 검은색을 낳고
노을지는 초원을 넘어가는
생 하나를 만나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진환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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