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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잘 차려진 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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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3회 작성일 19-04-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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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잘 차려진 한상


아무르박


고등어 굽는 소리가 소낙비 내린다
정오가 지난 허기의 분주한 손길이 밥상을 차려낸다

조금 과하다 싶은 봄 미나리 무침
세콤 달콤하다는 매실청 무침
겨울이 쉬었어요 깍두기 김치
찬물에 밥 한술 말아 척, 걸쳐 먹으면 좋아요 파김치
오징어가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젓가락이 먼저 가는 숙회 무침
서방님, 물김치는 석류 물로 담갔어요
어쩐지 노는 물이 달라요 형수님
생일상에 빠지면 섭섭하다는 미역국에
세 시간을 푹 삶아야 결을 준다는 소고기 사태 살이다

단출한 형님 내외가 저렇게 작은 압력밥솥에 밥을 하는구나
포실한 밥 위에 떡고물 같은 콩밭이다

더 드세요 됐어요 반만주세요 콩은 싫어요
여기다 밥을 하면 얼마나 찰진지 몰라요 서방님
흰 주걱으로 밥을 뒤집는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상다리 부러지는 한 상이다

오늘이 형님, 귀빠진 날이에요

준비는 다 됐어요 상만 차리면 되요 하는 말에 단출한 출발이었는데
눈처럼 흰 페리호를 타고 고등어는 태평양을 건넌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10 16:26:1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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