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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5회 작성일 19-04-07 23:05

본문

글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는다.
말은 누구든 내게 걸 수 있다. 바람은 부는 게 아니라 말을 걸어
자신의 존재를 새긴다. 비가 말을 건다. 풀잎에게 나뭇가지에게
비의 말은 그들을 자라게 한다. 슥슥. 종이와 펜이 입맞추는 소리.
애무하는 소리. 손은 그것을 기억한다. 기억한다. 기억하고 3센티
떨어져 그것을 본다. 모든 종이는 조색단. 흡수된 색은 모든 강렬
함을 뺏겨 이리로 온다. 이리로 온다. 종이의 신경선이 더 붉어진
다. 붉어진다. 붉 어 진 다. 불어 터질 것 같은 문장들.

꽃잎이 떨어진 것이 꼭 오늘 같다는 당신의 문장을 먹는다.
오늘의 옷을 입은 당신은 맥주 한 장을 올려놓고, 사람을 부른다.
부른다. 부 른 다

웃는 당신
웃는 당신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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