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를 그리고 싶지만 사실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입가에 점이 있었다는 막연함 외에는. 잊었음을 기억해내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7년만의 외출은 그녀를 만나기 위한 것. 다른 단서는 없기에 하릴없이 점 속으로 들어간다. 스멀스멀 면적을 늘리던 점은 두 눈을 삼키고 밤으로 자라난다. 각막에서는 갓 태어나기 시작한 별빛들이 일그러지며 어둔 하늘을 갈라놓는다. 흑과 백으로 그려지는 밤의 충돌. 무한히 분열하는 점들을 통과하자 묘비가 보인다. 여배우의 이름이 익숙하다. 6피트만큼 파헤쳐 내려간 무덤. 그 속에서 마주한다. 거멓게 식은 얼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더기떼를. 모자이크로 가려도 별반 달라질 것 없는 몰골. 처량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문드러져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입술로
립스틱이 판화가 되어 찍힌다. 시신에게 만들어준 엷은 입술. 그곳이 제자리가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무렇게나 떠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래서일까. 잠자는 꿈속의 미녀는 다행히 깨어나지 않고. 온기와 한기가 섞여 만들어내는 온도가 딱 적당하다. 지하철역 환풍구로 새어나오는 바람의 그것처럼. 헐렁한 속옷은 격자무늬 바람에 들려올라가다 두 손에 억눌러지고 만다. 시체성애자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므로. 돌아오지 않는 강에 새긴 붉은 달 자국을 흘려보낸다. 먼로에겐 미안하지만 초상화는 미완으로 남을 것이다. 없는 얼굴을 멋대로 지어낼 수는 없으니까. 그녀는 눈이 없어 이 그림을 보지 못할 테니까. 이것도 언젠가는 지워지겠지. 침대시트에 흰 얼룩으로 번진 점묘화처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19 15:06:4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