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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0회 작성일 19-04-21 12:15

본문

무너진 토담이 풀숲에서 낯설다

흙먼지길 어색한 새 구두 광택처럼

 

사립문 안으로 휘어드는 길

배꽃 더미 자글자글 웃어줘야 하는데

두렁길 풀을 뽑아

두엄 냄새 길섶에 흥건해야 하는데

할머니 버선발에

흙먼지가 풀숲처럼 일어서야 하는데

어쩌랴, 무성한 세월 앞에

망설임만 먼지처럼 웃자라는데

 

손자 손 잡아끄는 호박넝쿨 한줄기

쑥대밭 헤치고 길을 나선다

 

서면 쑥밭이고 가면 길

꽃 진 자리 애호박 하나 달아

바람의 몸살에 꽃 숨 뜨거운 적 있었고

독 오른 찔레 가시에 눈물샘 찔린 적도 있지만

길도 불도 울퉁불퉁 먼 길도

고무신에 담아 살라버린 지금은 잿빛 시간

 

아뿔싸, 어스름 깔리네요

개미는 땅속에 뱁새는 하늘길 열었는데

체온 살라버린 혼-불로는 열지 못할 미망의 길

네온사인 불빛 찬란할 시간입니다. 할머니!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29 15:40:2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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