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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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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3회 작성일 19-05-19 11:14

본문

붉은 꽃 푸른 잎이

마주 보며 애태우던 싱그러운 계절도

시계바늘 끝에 뒤척이는 순간의 물결일 뿐

시샘하듯 두드리는 굵은 빗방울에

서로를 묶은 시간의 끈은 끊어지고

 

분분한 꽃잎 떠내려 보내는

슬픈 그러나 흔들림 없는 잎들은

흐르는 꽃잎을 젖은 눈빛으로 바라만 볼 뿐

움찔움찔 빗방울을 견디는 결기가 푸른 듯 질기다

 

꽃 떠난 빈자리

철없이 달리는 석류가 여물 때까지

말간 슬픔으로 데운 숨결이

젖은 듯 푸르게 잎맥에 흐르고 있어

 

몇 번의 비바람과 타는 갈증의 가지 끝에

새벽까치가 남겨둔 붉은 울음

통곡하며 터지는 그 날에야

비로소 노란 서러움 흔들어 낙엽은 지고

 

낙화와 낙엽, 순서만 엇갈릴 뿐

색을 지우는 시간의 길은 하나

꽃잎 진 5월의 그 길을 잎으로 다시 덮어

이별의 아픔 위에 이별 없는 길을 연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22 09:23: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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