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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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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5회 작성일 19-05-25 07:25

본문

비문증

 

종달새의 등에 업혀온 봄의 낱장들, 물무늬처럼

눈에 번지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불던 바람은 어느 날부터 눈 속의 아지랑이가 되었다가

때로는 섬처럼 고독한 점이되어 떠다녔다

낡은 기억 속에서 퍼 올린 수많은 풍경에 문자를 이식하여 숨을 불어 넣으면서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학살하거나 돌아올 수 없는 변방으로 유배를 보냈는지 모른다

눈에 담은 이미지들이 왜곡된 진실로 밝혀졌을 때

창백한 밤은 이불속에서 밤새도록 뒤척였다

계절마다 봄날을 눈에 담고 살아야 하는 나에게 눈 속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는

남은 생의 축복인가 아니면 형벌인가

일렁이는 눈의 내면에서 끈질기게 날아다니는 검은 날파리의 전언은

하얗게 체한 밤이 되어도 끝나지 않았다

켜켜이 쌓여 주름진 시간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다만 영혼의 통로에서 눈동자 없는 눈으로 삼킨 모딜리아니의 여인이

아름다운 모순을 입어 환지통을 앓았다고 생각했다

눈동자가 없어서 더욱 완벽한 여인의 눈, 내가 살아있는 동안 모딜리아니가 숨겨놓은

눈동자를 찾아 서러운 허물의 빈자리를 메워야겠다

아지랑이도 검은 날파리도 내 몸의 일부로 입양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28 09:23: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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