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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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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3회 작성일 19-07-1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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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




하늘로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좌우로 자리잡은 호랑가시나무 두 그루
무르팍에 블랙홀 같은 옹이가
우주를 빨아들일 것만 같으다 시베리아를
호령하던 네 발톱을 지우고
조선의 사냥꾼과 대치하던 네 눈알을 지우고
어느 가난한 저녁의 성탄제에서 만났었지 너는
호랑이의 몸을 나는
사람의 몸을 빌려 왔나봐
우리 만난 곳이 어디쯤일진 몰라도
손바닥 맞잡고 눈발 날리는
자작나무 사이를 뛰어다녔을지 누가 알겠어?
산맥을 넘어 어둠을 뚫고 눈보라 헤쳐
너는 왔어
내게로,
햇살이 이파리에게
밑동이 뿌리에게 아침을 나눠줄 즈음
발톱이 쥐고 있던 붉은 열매가 떨어졌다
호수 같은 함지박 안에는
떨어진 열매가 다시 익어가고 길은
연통의 장작 연기처럼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집 앞 오르막길 호랑가시나무 무르팍이
시나브로 시려 오고
시린 옹이로부터
먼동이 튼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7-16 09:35:1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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