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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세상에 나를 지키는 힘 / 아무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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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70회 작성일 15-07-08 11:31

본문

인스턴트 세상에 나를 지키는 힘 / 아무르박

 

 

 

아파트 방화문에 번호키가 불빛을 거두었다.
배터리가 없으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인스턴트 세상이다.
나는 배터리를 언제 갈았나 생각하고
번호키는 가족들의 지문을 묻혔다.
매일 들고 세상으로 나가는 문,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우리 집의 문은
도둑을 지키는 수문장이다.
가족을 늘 생각하게 하는 구심점이다.
내 지문에
가족의 지문을 새겨 놓게 하는 발자취다.
배터리를 갈고
힘차게 모터를 돌려 문을 잠그는 문,
나는 매일 그 문을 드나들면서
나의 배터리가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한다.
아침은 힘차게 돌아가고
저녁은 풀이 죽어
내 몸의 쉰내를 담고 돌아간다.
내 아내와 세 아들이
어쩌면 나를 지켜주던 배터리 네 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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