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하고 징그럽고 야시시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59회 작성일 19-07-31 17:19본문
길쭉하고 징그럽고 야시시한
동피랑
모음 하나 차이로 가불을 놓친
자음 하나 차이로 개뿔도 아닌
개뿔은 고사하고 어디가 손인지 어디가 발인지조차 모를
여기가 등이었던가 저기가 허리였던가 구분 못할
세상 안 보고 안 듣기로 했으니 눈, 코, 귀 장식들은 개한테나 줬을
가끔 남도의 어시장에서나 귀하게 출몰한다는 이것
생긴 게 군소보다 화끈하고 날씬하다는 이것
뼈 한 조각 없이 물살에 전부를 맡긴 채
모래펄에 그저 움막이나 지어 들락거린다는 이것
출입 구멍 두 개만으로 살며 즐겁다는 이것
들물이면 좋아라 십이지장보살이 소금물에 실컷 불은 것처럼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고 몸을 배배 꼬아 생각에 잠긴다는
이 길쭉하고 징그럽고 야시시한 것은 무엇인가?
짜라투스트라의 삶을 지향하여 니체적이다 못해 나체적인 이것이
신만 죽으면 될 것을 날것으로 죽으면 어쩌지
버릴 것도 없으라 달짝지근한 맛에 기름장 아니면 초장을 더하면 어쩌지
젓가락으로 건져올리기 우아하게 쓸어놓으면 어쩌지
흰 접시에 붉은 살결 잘근잘근 씹어 삼키면 어쩌지
자다가도 불쑥 당신을 세워 침대가 불안하면 어쩌지
어떡하지 밤마다 까불까불 이것들이 우주를 온통 기어다니면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주를 기어다니는 거시기
거시기를 핥아 먹는 우주
베르체1님의 댓글
베르체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불을 정말 야시시 풀어 놓으니
언어의 고소함이 진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