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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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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35회 작성일 19-08-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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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



마당 한가운데서
가을 햇살 흠씬 맞으며
휘청이는 빨랫줄에 매달려 있는
빨래들을 받치느라 바지랑대
낑낑대며 흔들거리던 집
바지랑대 주위로 나비며 잠자리가 맴맴 돌던 집
장인 어른과 처남 그리고 처의 형부까지
남자들만 깡그리 죽어
남자라곤 나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집

장모님과 아내가 빛바랜 툇마루에 마주 앉아
붉은 고추를 소쿠리에서 고르며
아따 날이 따스구만 하고 따숩게 얘기하던 집
이름도 짓지 않은 검둥이 누렁이 이런 개들을
홍시나무 밑에서 살뜰히 기르시던 집
명절에 갈 때마다 한 마리씩 사라지던 집
"아까 있던 개 한 마리 어데 갔슴미꺼?"
"어디 가긴, 저녁에 자네 입으로 들어 갔자녀"
장모님의 태연하신 대답에 깜짝깜짝 놀라던 집

진흙으로 지은 아궁이에서 장작불
지피고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쌍둥이 두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환하게 마음 밝아오던 집
뒷뜰 텃밭에선 방울토마토며 고추며 상추가
흐드러지게 피어 종일을 웅성거리던 집
양철 대문엔 '이훈석'하고
장모님의 명패가 붙어 있어 들고나는
처조카들과 고양이들과 바람을 맞이하던 집
길가를 특히 가을 길가를 바라보노라면
코스모스 군락이 우거져
금새 눈이 즐거웁고 마음이 맑아지던 집
길 건너 들판의 볏잎이 물결을 이루고 그 사이로
긴 개울이 꾸불꾸불 흘러가는 게 보이던 집
뒷편 언덕을 한 백보쯤 걸어가면
폐쇄된 간이역이 할배처럼 우두커니 앉아 계시고
추석날엔 거실에서 티브이 켜놓고
튀김이며 생선이며 옛날과자 먹으며
어릴적 아내의 자라던 얘기해 주시던 집

몇 해 동안 내 지병으로 인해 갈 수 없었던 집
아내와 아이들만 고속버스 타고 다녀오던 집

고속버스와 함께 가버린 탁한 세월의 물집들,
그런 세월이 수상하여
이제는 모두가 떠나온 그 집

나비도 잠자리도 누렁이도 소쿠리도 명패도
장모님도 아내도 처조카들도 바지랑대도
마당도 변소도 양철지붕도 장작불도
장작불 지피던 어궁이도,
이제는 없는 그 집

홍시빛 감도는 저녁이 되면 생각나는 그 집
가끔씩 허기 달래듯 가슴에 와서는
산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천천히,
머물렀다 가는 그 집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8-12 09:25:1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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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수짙은 처갓집의 이미지가
참 아름답네요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추억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행복했을 집
겉모습은 사라져도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향기를 지펴줄 그 집
장모님 사랑 많이 받으셨군요
그리운 사랑 되새기며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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