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가을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1회 작성일 19-09-24 07:59

본문





어릴 적 책갈피에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끼워 넣어두면,

짝사랑하던 누나가 릴케의 시집 속에서

바싹 마른 향기를 꺼내 읽어 주었다.

거기 귀 기울이면,

보랏빛 투명한 포도알들이 내 귓속을 굴러갔다.


가을이면

가느란 코스모스처럼 위태로운 누나가,

음영 짙은 그 눈동자 속에 농익은 시월보다도

시집을 읽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먼 곳이 더

내 눈에 시렸다.

 

내게는 보이지 않는,

누나 시선이 멎는 자리.

바위 틈 술렁이는 가을숲 있었다.

누나 이마를 늘 반쯤 가리고 있던

까만 머리카락에 정말 장미 가시에 찔려 죽어야 할

시인이 있다면

누나가 아닐까 생각해보고는 했다.


빨간 잎들이 저 높은 데서 여분의 마찰음을 우수수 

쏟아내던 날,

투명한 것이 아래로 낙하하여

허공 사이로 비린 열매 퍼덕임이 쓰라리던 오후,

누나는 혼자 가을숲으로 걸어들어가

가장 높은 갈메나무 가지에 목을 맸다.

나중에 사람들이 풀 수 없을 정도로

그 가냘픈 목에 꽉 매듭을 묶었다.

 

그해 가을 내내 누나는 거기 매달려 있었다.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잔잔한 얼굴에

노란 잎이 달라붙는 순간도 있었다.

나는 혼자 가을숲으로 들어가

누나의 혀 앞에서 릴케의 시집을 펼쳐 보여주었다.

하얗게 웃으며 누나는 

이마를 활짝 열어

얼굴 위 지나간 화상자국을 보여주었다.

누나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가을숲이 조용히 숨을 삼키고 있었다.

가을 내내 누나와 나 사이에서는

그런 편지들이 오고 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30 12:02:5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18건 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8
간이역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7 0 08-21
117
눈 내리다 댓글+ 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 01-30
11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 09-21
11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4 0 01-30
114
겨울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4 0 12-01
113
조장鳥葬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9 0 11-06
11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 0 11-17
111
관악산 댓글+ 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12-19
110
초겨울 하루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0 01-08
10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0 11-19
108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0 12-11
10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3 0 08-09
106
가을밤 댓글+ 2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0 10-25
105
蓮伊 I - 달밤 댓글+ 1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0 12-27
10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5 0 12-23
103
첫눈 댓글+ 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8 0 12-04
102
가을江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9 0 10-17
101
봄 아침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4 0 01-10
10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 11-30
99
샤갈의 마을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0 09-19
9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0 08-30
9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0 09-29
9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0 07-27
95
억새밭에서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0 12-16
9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2 0 11-23
9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0 11-08
92
씻김굿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0 12-31
9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0 12-11
9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0 10-03
열람중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1 09-24
88
첼로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 10-13
8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0 02-07
8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11-09
8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0 10-05
84
우산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0 10-20
83
盧天命 II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6 0 11-02
8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 11-10
8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 10-01
80
억새밭에서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 12-29
7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2 0 12-21
7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 10-15
7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 0 12-19
76
그리움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0 01-03
75
추전역에서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0 12-13
7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0 11-25
7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11-17
7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 11-07
71
토란잎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 10-26
70
동막해변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 07-19
6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 10-07
68
연못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 12-15
67
초봄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11-12
6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10-21
65
변산 동백 댓글+ 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 0 12-10
64
바다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10-16
6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1-06
62
마트료시카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10-18
6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0 09-21
60
호수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 11-06
59
달밤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 01-01
5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0 09-26
5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10-08
5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1-26
55
여름아침 댓글+ 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2-26
5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 10-31
5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0 12-15
5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11-22
5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10-12
50
여름 한낮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 10-05
4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8 0 10-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