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중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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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붉은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24회 작성일 15-12-21 15:25본문
생각 중추
알밤을 푹 쪄내었다
편식이 심한 아이 모처럼 좋아하길래
틈나면 찐밤 까는 날들이다
푹 익혀도 결코 벌어지지 않는 껍질
밤은 왜 이토록 단단한 껍질을 덮고 있는 걸까
밤벌레는 그 와중에 갑옷을 뚫고 들어가 밤알을 헤집어 놓았다
밤알의 구멍
밤알의 배꼽
배꼽으로 말하고 배꼽으로 울고 웃지
머리가 멍하면 입에서 쓴내가 나듯
생각이 깊어지면 배꼽에서 술술 냄새가 풍겨
생각이 익으면 배꼽 주름에 때가 끼지
생각이 짙어지면 배꼽 터널이 쑥 미끄러져
배꼽 파기 배꼽 파기는 피
손가락으로 생각을 후비지
손을 움직여야 생각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뇌과학자가 얘기한 말이 배꼽 속에서 맴돌아
밤을 까는 건
생각을 까는 거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속내
까도 까도 껍질만 쌓이지
이제 너도 밤알 먹고 생각 좀 해
배꼽만 파지 말고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24 10:40:49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깐다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생각을 까고 문장을 까서 맛있게 시로 꺼내놓으셨습니다
다소 유머까지 섞어놓으시니 재밋게 읽어봅니다
단단한 껍질도 까서 속살을 내놓는 손길처럼, 예리한 생각의 촉수는 텁텁한 속껍질까지 까서
단맛을 주십니다. 맛나게 먹고 갑니다.
붉은나비님의 댓글의 댓글
붉은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마도..제가 밤을 까고 있는 동안 코미디 프로에서 생강 먹고 생각 좀 해란 유행어가 흘러나오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