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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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76회 작성일 19-11-06 17:28본문
- 구라시키 운하 곁에서 삶과 죽음이 내게 조응하러 마중온 것을 본다
1.
오월하늘이, 백조들 유유히 떠다니는 그곳에 멎어 있었다. 아이 하나가 거기 빠져 죽었다고 했다. 어느 물결인가, 봄 하루 흐리지 못한 날은 미류나무 가지가 수면에 거의 닿는 그 지점까지 너를 마중 나갔었다.
2.
사슴 한 마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능소화 잎이 아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새끼사슴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아무나 붙잡고 끼룩끼룩 울었다.
나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파란 잎들이 죽음이 아니길 빌며, 사슴의 눈동자는 점점 잎 위에 굴러가는 공기입자의 빛깔과 촉감을 닮아가는 것이었다.
비둘기가 번뜩이며 경련하는 것을 물고 온다.
나는 거기에서 부패하여 가고 있는 투명한 언어를 붙잡는다. 집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집들은 집 속으로 숨었다. 신전(神殿) 안에서 옷 벗은 여인들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붉은 기둥이 시퍼런 물을 딛고 서 있었다.
신전 기둥 바로 아래를 헤엄쳐가고 있는 물고기들이 나를 올려다본다. 나의 손톱 하나씩 하나씩을 비늘 달린 황홀들이 떼내어 간다. 나의 혀를 능소화 수레바퀴가 잘라 간다.
퍼져나가는 그 결이 고운 햇빛이지만, 미세하게 앙앙거리는 비린내가 역했다.
수면 위에 아주 작은 무지개가 열렸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연 오월 하늘이가 오류입니다. 오월 하늘, 이렇게 하세요.
정말 대단한 시입니다.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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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월하늘은 지시적 의미를 가지며 강한 의미가 있어야겠기에 백조들로 바꾸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