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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일산 호수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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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5회 작성일 19-11-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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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그락 싸그락 내 발자국 소리.  

마른 사철나무 새빨간 잎이 

나를 뒤따라오며 내는 소리.


싸그락 싸그락 

내 발에 밟히는 호수의 소리. 

시퍼런 물가를 따라 가을하늘이 

내 발에 밟히며 싸그락 싸그락. 


수세미 넝쿨이 페르골라에 기어올라

수양초 회양나무 

외로운 대나무와 

투명한 물 위로 조금 내민 연꽃의 빈 가지.  


황금빛 잉어와 붉은 잉어가 

돌다리 아래 수심을 헤엄쳐 가며 

햇빛의 기포를 내게로 피올리는.  


어머니께서 저만치 앞서 가시며 

늦은 가을 목소리 아스라이 

싸그락 싸그락 날 부르시는 소리. 


내 머리 위로 은행나무 잎이 부르르. 

이파리가 저쪽 가지로 옮아가면 연록빛, 다시 다른 쪽 가지로 옮아가면 청록빛, 

다른 잎들과 뺨을 비빌 때면 노란빛,

나무의 정수리로 기어올라가 휘파람 소리,

땅 위에 누우면 연갈색, 

사과향기와 마찰음과 커피콩의 누른 

매캐한 향기. 


길 위에 누워도 늦가을 적막한,


내 발자국에 밟히는, 


어느새 저 멀리로, 


밟힐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는 듯 목소리가 떨려온다는 듯

내 가슴 빈 종이 몇 페이지가 

아주 먼 옛목소리로

싸그락 싸그락.







** 일산 호수공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는데, 내 발자국 소리 싸그락 싸그락 하는 시를 쓰셔서 제가 그 시를 완성해 보았습니다. **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26 10:43: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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