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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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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19-11-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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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주회 





슬며시 내리던 잿빛 으스름이 완전한 암흑으로 화한 밤이었다. 


나는 그녀가 어느 노년의 피아니스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예요."

 

도나우강이라던가 아니면 드라바강이라던가,

그의 입안에 청푸른 개구리들이 잔뜩 고여 있었다.

 

나이테가 잔뜩 감긴 팔을 웅변하듯 휘휘 저으며

잎이 거의 져 버린 가지로 조명등빛을 쫓아냈다.

 

22살의 청년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곡한 곡.

그는 푸른 강물 안으로 들어가

휘어진 나뭇가지와 물살 안에 흩어지는 달빛과 별빛 퍼져가는 동심원을

흩는 것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흰 건반과 검은 건반 사이에서 익사한

소녀를 끌어냈다.

동유럽 어딘가의 억양이 소녀의 너덜너덜해진 치마에

배어 있었다. 


누구를 위해 그녀는 심연에 몸을 던졌던가?

내가 방금 그녀를 집에 배웅해주었는데 말이다.   

 

그는 16세기에 지어진 무뚝뚝한 돌다리 위로 돌아온다.

돌다리 위에 아무도 없고 소녀도 없다.

검은 물살이 다리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황홀한 소리, 그의 긴 손가락이

깨진 유리조각들 사이를 더듬는다. 


"이 강물도 멎는 곳이 있겠지요."


"멀리서 대성당의 종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려요......"


그는 창백한 관을 열어 소녀의 시신을 선율 위에 올린다.

가만히 누워있는 소녀의 무릎 아래에 하혈한 주홍빛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밤 소녀의 옆구리에서 청록빛 계수나무가 무럭무럭 자랐다. 

천장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청중들은 달빛 자갈들 사이를 밟고 

삼삼오오 강물 위에 피어나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2-02 13:59:0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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