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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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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3회 작성일 20-01-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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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마을회관 경로당

갱상도 김 할매는

침을 묻혀가며 꾹꾹 눌러 쓴

세월이 갉아먹은 몽당연필처럼

사는 내내 살과 뼈를 깎으며  

오래 곤고하고

허술한 끼니에 목 타 했다

거스름돈도 헤아리지 못했던 

선한 눈으로 삶을 지면서 살던 남편

서둘러 생의 기척을 지울 때

일부가 되지 못한 김 할매는

밤새 헤진 마음 부여잡고 

잿빛 눈물로 기워 냈지

저 추락한 세월 견딘 버팀목에

춥고 가시 박힌 바닥의 고단함을

지우개로 지우며 

그 깊고 천지간 굴속에서도

용케 견뎌냈다

파리한 생활고와 접근금지였던 글자는 

사는 내내 맹인처럼

먹색의 이름도 보지 못하며

가슴을 뜯어대던 절룩거린 비학의 감금 생활 팔십 생

검버섯 거친 손 흐린 늪 헤쳐

ㄱㄴㄷㄹ

한글 교실 습작 노트 낱장에 스며드는

세상 때 벗는 울음에  

마법처럼 손이 꿈틀대며 

몽당연필이 눈물로 쓴 이름 석 자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1-10 13:31:0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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