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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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3회 작성일 20-02-13 19:37본문
그래서, 그는 누구였을까
그러니까 내 나이 갓 스물 살 되던
어느 늦은 가을이었지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표를 끊던 나는
남루한 옷차림의 걸인을 만났다네
김해로 가려던 나는
그를 데리고
반여동 단칸방 집으로 갔어
그 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흔들리던 건
촘촘이 달려 있던 손잡이들만은 아니었지
거기엔 어떤 계산 같은 건 없었어
그냥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싶었어
여동생은 기겁을 하곤 옆집으로 가버렸지
나는 한 마디도 그와 말을
나누지 않았어 나는,
그냥 낡은 이불을 덮어 주었고
그는 눈꺼풀을 떨구며 잠이 들었지
다음날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그러곤 30년이 지났어
살다보면 문득문득
그 때의 일이 떠오르곤 해
그럴 때면 왠지 마음이 놓이고
한번쯤 찬 서리 같은 눈물이 찾아올 때면
어떤 높은 손이 내 처진 어깨를
그냥 조용히 잡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로 그랬으면 해
그러니까 내가 손을 잡아 끌었던,
부르르 떨리던 그 손을 내게 허락한,
그는 누구였을까
그 때 내 손 안에 남았던 온기는
누구의 나라에서 지핀 잉걸불이었을까
또는 어느 감추인 나라에서 슬그머니,
눈송이처럼 내 손에 내려앉았다가 사라진,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2-15 16:03:5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그러니까 내 나이 갓 스물 살 되던
어느 늦은 가을이었지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표를 끊던 나는
남루한 옷차림의 걸인을 만났다네
김해로 가려던 나는
그를 데리고
반여동 단칸방 집으로 갔어
그 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흔들리던 건
촘촘이 달려 있던 손잡이들만은 아니었지
거기엔 어떤 계산 같은 건 없었어
그냥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싶었어
여동생은 기겁을 하곤 옆집으로 가버렸지
나는 한 마디도 그와 말을
나누지 않았어 나는,
그냥 낡은 이불을 덮어 주었고
그는 눈꺼풀을 떨구며 잠이 들었지
다음날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그러곤 30년이 지났어
살다보면 문득문득
그 때의 일이 떠오르곤 해
그럴 때면 왠지 마음이 놓이고
한번쯤 찬 서리 같은 눈물이 찾아올 때면
어떤 높은 손이 내 처진 어깨를
그냥 조용히 잡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로 그랬으면 해
그러니까 내가 손을 잡아 끌었던,
부르르 떨리던 그 손을 내게 허락한,
그는 누구였을까
그 때 내 손 안에 남았던 온기는
누구의 나라에서 지핀 잉걸불이었을까
또는 어느 감추인 나라에서 슬그머니,
눈송이처럼 내 손에 내려앉았다가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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