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이 익으면 탈락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8회 작성일 20-02-24 14:01본문
낯이 익으면 탈락이다
고산에서 지으면 압력이 낮아서 설게 된다는데
내 영혼은 무엇이 눌러 한 번 설어 보지를 못하는가
낯을 설게 하라는데,
솥바닥은 타들어가는데도
중간은 겨우 밥이 되려다 말고
표면상으론 생쌀이 되어야 한다는데
어지간히 배가 고파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을텐데
밥이 아니라 낯이라서 설면 설수록 좋다는 것이다
뜬 눈에 앉힌 낯을 두 눈을 꼭 감고 뜨거운 증류수가
눈물 콧물처럼 칙칙 터져 나올 때까지 익힌 것이 아니라
뜬 눈에 낯을 앉히고도 제대로 눈꺼풀을 닫지 않고
입술은 타들어가고, 코는 죽이 되고, 이마는 생 것일 때
번쩍 눈을 뜨고 보는 낯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만 지나면 설었던 낯도 제대로 익히는 것이 눈인데
잘 익어서 소화가 잘 되는 낯은 탈락이고
설어서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낯은 당선이다
설게 하려고 막 불꽃이 튀는 눈을 자꾸 깜빡인다
나는 얼마나 더 가야 이 평지를 면할 수 있을까
압력을 덜기 위해 이 무거운 머리를 날려 버리고 싶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2-28 09:51:0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