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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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583회 작성일 15-12-22 21:15본문
어떤 시간의 기록
바람이 스친 뒤
돌이 된 사내
돌의 호흡법을 배우고 있는
근처,
공원에서 흰 날숨을 뿜으며 소녀가 돌 속에서 구름의 아이를 출산하고 있다
가여운 새끼 집유령거미들이 안개처럼 스멀대고
등뼈를 세우는 나비의 자세로
아침은 시나브로 날개깃을 펼치려 한다
작은곰자리를 뜯어내고 있는 새벽 청소부의 쓰레받기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피흘리는
버려진 아이가 다리없이 뛰어가고
버려진 아이가 날개없이 날아오고
돌 속에서 생몰하는 실금따라
들숨을 기르고 있는
돌의 부드러운 내부
어쩌면 이미 굳어버린 혀의 반쪽으로 뱉어놓은 어눌한 모국어처럼
희미한 돌촉의 화살표들
가로청소부가 쓸어 놓은 어둠의 길로 향하는
그의 길로 무연히 걸어가고 있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0:22:35 창작시에서 복사 됨]
바람이 스친 뒤
돌이 된 사내
돌의 호흡법을 배우고 있는
근처,
공원에서 흰 날숨을 뿜으며 소녀가 돌 속에서 구름의 아이를 출산하고 있다
가여운 새끼 집유령거미들이 안개처럼 스멀대고
등뼈를 세우는 나비의 자세로
아침은 시나브로 날개깃을 펼치려 한다
작은곰자리를 뜯어내고 있는 새벽 청소부의 쓰레받기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피흘리는
버려진 아이가 다리없이 뛰어가고
버려진 아이가 날개없이 날아오고
돌 속에서 생몰하는 실금따라
들숨을 기르고 있는
돌의 부드러운 내부
어쩌면 이미 굳어버린 혀의 반쪽으로 뱉어놓은 어눌한 모국어처럼
희미한 돌촉의 화살표들
가로청소부가 쓸어 놓은 어둠의 길로 향하는
그의 길로 무연히 걸어가고 있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04 10:22:3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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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우, 그믐밤
역시, 그믐밤
대단한 그믐밤
십오야보다 오히려 밝은 그믐밤의 기록이란 이런 거!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욜밤에 이비에스 영화 김약국의 딸들 보다가
박경리의 통영을 보다가 그냥 동피랑님 생각했는데,
ㅋ 이렇게 오시고 아이들 말로 깜놀 ^^,
고맙습니다 ~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참 잘 쓰시는 분이다. 이런 생각이 늘 들었지만,
오늘 또 그 찬란 한편을 감상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읽어내시는 분이라 느껴집니다.
좋은 시 고맙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엇 활연님, 어쩌자고 여기까지 ^^'
아직 그저 그런 수준인데 괜시리 맘 설레입니다.
활연님의 웅숭깊은 그리고 깊게 음각된 판화 같은 시들 늘 즐감하고
있습니다.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