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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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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70회 작성일 20-04-0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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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


석촌  정금용




나이테 속에 간직한 나무의 반듯한 역사가 무너졌다


날선 톱날을 버티느라 기겁했던 떨림도 도끼날에 파인 단면의 아픔도 

쪼개질 때 어쩔 수 없이 지른 외마디도 침묵 속에 역력한


그늘의 주검이라 해도 다를 바 없는 

동산에 우뚝 파수를 섰던 그 푸르렀던 의미마저 잃은

바람과 나눈 풍류는 어디 버리고 햇발에 맞선 그늘은 또 어디 두려나


마지못한 조바심만 부풀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흩어진 형체 잃은 몸이 

 

재가 되기 전에 익혀야 한다는 매운 눈물 훔치며 쪼그려 앉은 손길에 닿아


아궁이 속에 붉은 꽃잎 날려 가마솥 달구는 불꽃이거나

매캐한 또 한 번의 죽음을 기다렸다가 

헝클어진 흔적을 허공에 뿌리며 검게 사위어 가는 꽃이거나


꽃나무는 기어이, 이루지 못한 마지막 열정이

섣불리 꺾을 수 없는, 함부로 다뤄선 안 될 꽃 같은 불길이 된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4-10 14:28:1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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