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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45회 작성일 20-06-22 01:07

본문

한일병원

 

 

창가에핀석류꽃


 

 

남루 딛고 가는 어깨가 흔들린다

 

눈빛 가지런한 가난한 쉼이 부는 바람에 부대낀다

구부정한 마들가리*로 선지 오래

차례 기다리는 허허벌판 마스크 쓴 호흡이

옹기종기 한구석 땅 보고 선다

 

등 무른 신음 되똑거리며 달아나는 하얀 생명줄 잡고

가늘어진 시간 당겨보려 주춤주춤 줄 서는

첫울음 터뜨리던 그날처럼 두리번대는 마음이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깜깜한 발밑을 본다

 

정박할 포구 찾는 휘파람이 생을 감아 오르고

걸음으로 걸음 감싸던 이름 지워진 이름표 안에

아버지 눈자위가 붉다

 

감은 눈빛 흐르는 샛강에서 하얀 손을 보았다

 

세상의 멀어진 것들 주워 흔드는

뾰죽한 웃음이

내미는 따가운 햇살 지우고

 

돌처럼 굳은 언어 받치고 선 작은 손바닥들이

밀다 바퀴 되고 등받이 되는

한낮을

파란 하늘 한참 서서 들여다보고 있다

 

마들가리* 천천히 허리를 펴는


    

 

*나무의 가지가 없는 줄기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6-25 10:59: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1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세상 짊어진 무게로 휘청거리다
어느날 닳아 약해진  자신의 몸과 마음을기대는 곳
그곳에서 피는 하얀 소독약 냄새가 아버지의
붉은 눈자위를 맑게 되돌려 놓았으면 좋겠네요
파란하늘처럼 맑고 청명한 휘파람 소리가
늘 들려오기를 바라는 소망 한자락 놓습니다
좋은 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종합병원 대기실은 지친 삶이 각각의 다양한 얼굴로
근심과 절망의 호흡을 내뿜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 곳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만나며
오래 전 누이를 만나기도 하지요.
만났던 몇 해 전 쓸쓸한 웃음의 선배를 떠올리기도 하지요.
검사표를 거머쥐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무거웠던 것은 귀로는 들리지 않는 신음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청명한 휘파람소리 가득한 맑은 날들 되시기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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