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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회 작성일 20-07-01 00:05

본문



너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짙은 눈발이 내 소매 속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나는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서걱거리는 기모노 자락에 매달리는 빨간 비단의 흐느낌이 지금이라도 네 몸의 굴곡을 타고 스르르 흘러내려 네 발밑에서 뜨겁게 짓이겨진 홍매화 시해(尸海) 갈겨쓴 네 입술이 부르터 하혈(下血)해낸 매끈한 체액의 향기 감도는 조용히 설원 위를 머얼리까지 떠돌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네 새하얀 발목을 버선 바깥 풍경 속으로 높일 수만 있다면 

내가 예리하게 날이 선 그 투명한 눈의 결정을 혀 베이어가며 핥아도 좋을 것 같았다.


너도 의아해하리라.


너는 녹아 없어질 운명이며 이렇게 잠시 동안을 영겁 삼아 

내 호흡 안으로 침투하는, 

너 또한 나의 운명인 것이냐?


결국 소멸해 가라는 것이 나의 운명이기도 한 것이냐?


내가 널 견디어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내가 널 견디어 감이 내게 황홀인 이유를 네가 내포하고 있는 

이 겨울 눈송이와 눈송이 사이 무한의 공간 속에 또렷이 느껴지는 모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내게 보여줄 것이냐?


유키(雪), 하얀 계곡과 소복 입은 나무들과 그것들이 상실한 연두빛 황홀의 추억, 

매서운 고드름으로 그린 추상조형물(抽象造形物)같은. 

그것이 생명의 바깥에서 생동하는 얼음의 고요라고 하더라도 나 또한 그 안에 있다.

지금 네가 거둬들이고 있는 눈의 결정(結晶)들이 모두 날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그것이 저 잿빛 겨울하늘의 준엄한 고독이다. 

자작나무 새하얀 피부를 바람과 거센 눈발과 휘파람소리로 채찍질하는,

유키(雪), 너만이 날 이해하고 있구나. 


네가 이토록 영원할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스스로를 형태 없는 것으로 변화해 가면서 

내 감각을 초월하여 멀리 떠나간 데 있었다.


너도 내 뼈를 받아 

그 차갑고 정결한 손으로 영원히 쓰다듬어 줄 것임을 나는 안다. 

너도 날 불가해한 존재로 사랑하고 또 품어줄 것이다. 


너도 나도, 한순간의 통각(痛覺)으로 영원을 채색할 줄 아는 현명한, 

냉엄한 지조(志操) 속에 존재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06 09:11:0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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