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눈물 > 우수창작시

기억의 눈물/활공


知天을 훌쩍 넘긴 이 여름은 땡볕 아래
짙은 가을 향기로 기억의 눈물이 흐른다
겹겹이 쌓인 은행잎 낙엽 위로
봇짐 짊어 질 기력조차 없으신
아버지의 지병
지천으로 핀 갈대 바람 따라
하얗게 머리 숙이고 장보고 오시던 날
소중하게 보자기에 담아오신
분홍 빛 알사탕
흔한 막걸리 한잔 마시지 않으셨는지
긴 한숨 속에 진하게 번지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남매 눈에는 갈증으로
분홍 빛 사탕 움켜쥔 채
휘어진 아버지 허리 위에
고단함과 쓸쓸한 가을을 몰랐다
담배 연기 속에
인생의 골이 깊어지고
밝은 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버지 가시는 길 위에 은행잎이
한 생을 담아 노랗게 신음을 토하였으니
뼛속을 도는 그리움은
가슴에 멍울이 맺혀
그해 가을은 노란 낙엽 비가 내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28 09:52:5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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