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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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20-07-20 20:13본문
몸이 된 펜
-벨라-
학창시절 옆 친구에게 펜 돌리기를 배운 후
나는 어제 먹은 과거를 토하지 않기 위하여
습관처럼, 나를 대신하여 펜을 돌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밀한 속도가 있다면
고통과 비례하는 마찰의 순간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순간만한 것이 또 있을까?
도르레와 말馬의 족적이
그래프를 그리던 고등학교 물리시간,
사념은 항상 창 밖 수평선을 향하고 있었다.
시곗바늘보다
몇 미터 빠르게 돌리고 있던 펜은 자꾸만
검은색 기다림을 토해내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문과일까, 이과일까?
졸업을 하고서도
좌뇌와 우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립은 서로 닮지 않아서 대립일까
너무 닮아서 대립일까?
대립은 왜 항상
사이에 금이 가있을까
무엇이 좌고 무엇이 우일까?
따지려 들면 사방이 대립이었다
이 공간이, 허공이! 그리고
혁명이 일어나는 순간마다 역사의 마디마다.
나는 이제 역사의 일방통행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말이 행동보다 빠를 때
수면제를 먹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감춰둔 기다림을 토해내던 펜 돌리기를 멈추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헛구역질이 났다.
몸이 펜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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